행복주택 개념도
행복주택 개념도
서울 오류·가좌지구가 최근 행복주택 지구로 첫 지정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행복주택’(철도부지 등 도심 국·공유지에 짓는 공공주택)이 탄력을 받게 됐다. 7개 시범지구 중 오류·가좌지구는 연내 토지이용계획, 주택유형 가구수 등을 담은 지구계획이 확정되고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시범지구 인근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가좌·오류 첫 지구 지정

오류지구의 지정 면적은 10만9000여㎡, 가좌지구는 2만6000여㎡다. 두 지구 모두 주거가 불안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복합주거타운’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들 지구는 7개 시범지구 중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없이 사업이 가장 원만하게 진행되는 곳이다. 국토부는 지역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문화시설 등을 잘 갖춰 차별화된 시범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오류지구에서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체육·문화시설과 공영주차장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또 상가·어린이센터 등 주민 편의시설들이 최대한 사업 계획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가좌지구는 경의선 가좌역 상부에 인공 구조물(데크)을 씌워 입체적으로 개발한다. 주변 공원화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 등도 검토해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나머지 5개 행복주택 시범지구에 대해서도 주민 의견을 수렴, 9월 이후 순차적으로 지구 지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토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 관계자는 “각각의 시범지구가 문화와 일자리, 복지가 어우러진 복합주거타운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고품격 복합단지


행복주택은 지역민의 소통 공간이자 활기찬 주거단지로 꾸며질 예정이다. 철도부지 등에 새로 조성되는 대지를 공원이나 주민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이를 개방해 인근 주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

행복주택 단지는 철도역사와 연결하고 단지 내 동사무소, 파출소, 보건소 등 공공시설도 유치한다. 육아·교육·문화·여가 등 입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복지프로그램도 마련할 방침이다.

행복주택 단지에 사회적기업과 취업지원센터 등을 갖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또 복합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상업시설은 지역 주민에게 우선 임대해 준다.

저렴한 임대단지라는 이미지도 벗어나 양질의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단지 개발은 ‘도심 재생’이라는 큰 틀에서 주거시설과 호텔·상가·업무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단지 외관은 대학생 신혼부부 등 20~30대 1~2인 가구가 주요 수요층이라는 점을 반영,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용 44㎡에 원룸이 아닌 침실 2개를 넣는 등 주거 만족도를 높여 저렴한 임대단지라는 이미지를 희석할 예정이다.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도 지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행복주택 단지를 관광 상품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단지 내에 소규모 재래시장도 마련할 방침이다.

진미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치원, 문화·체육시설 등을 공공주택 단지에 마련한 뒤 인근에 개방하며 지역 전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행복주택도 단순히 임대주택이란 개념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의 전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과의 마찰 해소가 과제


행복주택은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지만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지자체와 주민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시범지구 중 일부 지구 인근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교통난·교육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목동의 한미공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이 ‘슬럼화’한다는 걱정이 주민들 사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창섭 국토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사회활동이 활발한 수요자들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슬럼화가 아니라 반대로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소형 임대주택과의 경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동산써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회원 중개업소 465곳 가운데 절반인 47.1%가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주변의 매매와 전·월셋값이 모두 떨어질 것’으로 답했다.

오류동 월드공인 관계자는 “이곳은 이미 원룸과 민간·공공임대주택이 포화 상태”라며 “임대료로 먹고사는 집주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 보게 됐다며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현진/안정락/김진수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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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 문제…시범단지부터 체계적 지원 필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혁신도시 건립 등 대규모 정책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데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행복주택 20만가구는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통해 건설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행복주택은 전용면적이 44㎡(13.6평)로 평균 58㎡(17.8평)인 국민임대주택보다 조금 작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 7400만원(3.3㎡당 540만원)을 대출해 행복주택 1가구를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은 정부에 이자를 내고 빌려오는 일종의 부채다. 총 20만가구의 행복주택을 짓는데 가구당 7400만원이 들 경우 단순 계산으로 LH의 부채는 14조7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LH와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 공공기관은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국민임대주택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임대주택 1가구 건립에 드는 비용(지난해 기준)은 3.3㎡당 640만원으로 총 1억1400만원 선이다. 정부 출자 30%, 국민주택기금 40%, 입주자 보증금 20%, LH 자체자금 10% 등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행복주택에 국민주택기금을 전액 융자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이달 초 1차 예산 심사에서 지원 규모를 25%로 늘리기로 한 데 이어 30%까지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임대주택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면 LH 부채는 국민주택기금(40%)과 자체자금(10%)을 합친 50%만 증가하게 된다.

공사비 현실화도 필수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공약 발표 당시 철도부지 유휴지 등 국·공유지에 건립되기 때문에 토지비가 들지 않는다는 가정을 세웠다. 하지만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데크를 조성하는 것이 토지비보다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대형 건설사 토목 담당 임원은 “인공데크 조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공사비가 국민임대주택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연내 2개 단지 등 7개 시범지구를 조성하면서 드는 원가 분석을 토대로 사업비를 산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슬럼화를 우려해 행복주택의 면적을 국민임대주택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면 사업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LH의 부채 증가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객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행복주택의 비용을 LH에 떠맡기는 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시범단지부터 정부의 체계적인 검토와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