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터 찬찬히… '고비' 넘기는 동부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이 1997년 창사 이래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 경영’의 꿈을 키우고 있다.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반도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룹 내 건설과 제철 부문의 수익성 개선은 또다른 숙제로 남아 있다.

○동부하이텍 첫 연간 흑자 눈앞

반도체부터 찬찬히… '고비' 넘기는 동부
동부하이텍은 한국법인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에 1325억원의 매출과 1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익을 낸 적이 거의 없어 이 회사로선 분기 최대의 이익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5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법인을 합한 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은 48억원이었다.

실적개선의 일등공신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다.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를 동부하이텍에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이 주문했다. 덕분에 동부하이텍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 상반기 15%로 늘었다.

주문량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반도체였다. 연산과 정보처리 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중 하나로, 빛과 소리 등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지만 아날로그 반도체에선 존재감이 없다.

1997년 옛 동부전자로 시작한 동부하이텍은 처음엔 메모리와 일부 시스템 반도체만 생산했다. 그후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했고 2008년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력관리칩과 이미지 센서 주문을 받아 대신 생산(파운드리)하는 형태였다.

동부하이텍은 아직 고비가 남아있다며 조심스런 분위기다. 정보기술(IT) 부품 주문이 줄어드는 4분기를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하반기에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 업체들이 주문을 줄일 수 있어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수익성도 개선 추세

반도체에선 한숨을 돌렸지만 다른 사업에선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갚지 못해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동부제철은 2009년 1조5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연산 30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세웠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자 부담 탓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좀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열연 사업이 문제였다. 하지만 올 들어 국제 고철 가격 안정에다 조업기술 개선이 이뤄지면서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 덕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늘었다.

동부건설 역시 2011년부터 당기순손실 상태다. 올 상반기에는 수주가 줄면서 영업이익도 마이너스(-272억원)로 돌아섰다. 다만 회사 측은 올 상반기에 대손충당금을 1000억원가량 쌓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부실 요인을 줄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도 매물로 내놨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동부건설의 석탄화력 발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룹 전체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서욱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