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은행의 자회사 IBK투자증권과 IBK캐피탈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 지원과 창조경제 활성화라는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기업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정책금융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번 정부의 철학”이라며 “이에 따라 민간영역의 금융회사들과 경쟁하는 IBK투자증권과 IBK캐피탈을 팔고 기업은행과 나머지 자회사들은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IBK캐피탈의 인수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라 IBK투자증권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銀 알짜 자회사 증권·캐피탈 팔린다

○정책금융에 더욱 집중해야

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은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강화’라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존재 가치에 더욱 의미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민간영역의 금융회사들과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는 기업은행의 알짜 자회사 IBK투자증권과 IBK캐피탈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IBK캐피탈은 캐피털업계에서 상위 10위권에 들어간다. 총자산 2조8967억원에 지난 상반기에 2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도 연간 4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이익기반이 탄탄하다. 그런 만큼 인수후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도 국내 61개 증권사 가운데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자회사 중 IBK연금보험은 기업은행과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하면 자회사로 유지해도 문제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또 IBK자산운용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굳이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회사 먼저 팔고 정부지분 매각할 듯

자회사 매각 방침이 정해지면서 업계에선 정부의 기업은행 지분(18.9%) 매각이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자회사를 팔기로 한 만큼 기업은행 지분 매각보다 자회사 매각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을 ‘50%+1주’만 남기고 판다는 계획아래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18.9%다. 이를 팔아 1조7000억원가량의 이익을 얻는다는 계획이다. 만일 자회사 매각을 우선 추진키로 하면 정부 지분 매각일정은 늦어질 수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까지 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며 “자회사 매각 결정으로 정부지분 매각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7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04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금융권의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464조원) 중 22.6%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 여파가 지속되던 2008년 말의 17.8%보다도 올라간 수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두 자회사를 팔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매각 일정은 감독당국 및 기업은행 등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