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서서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패션·뷰티 업계다. 의류, 잡화,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올가을 주력상품을 쏟아내며 ‘가을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혁신적 기술을 앞세운 제품은 불황 속에서도 통한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화장품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설화수 ‘미안 피니셔’·오휘 ‘더 퍼스트’…신개념 화장품 경쟁

가을이 부른다…강秋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올가을 주력상품은 지난 4월 선보인 ‘미안 피니셔’. 기초화장의 맨 마지막 단계에 사용하면 이전 단계에 바른 화장품의 효능을 극대화해 준다는 신개념 화장품이다. 이미 출시 한 달반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하반기에도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생활건강 오휘는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손잡고 만든 생명공학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를 올가을 간판주자로 내세웠다. 재조합 줄기세포 배양액을 비롯해 피부 회복, 균형 조절, 탄력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총 19가지 성분을 담았다. 24K 금(金) 성분을 담은 고농축 영양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 셀 레볼루션 앰플’과 차세대 노화방지 크림 ‘오휘 더 퍼스트 제너츄어 크림’도 VVIP 소비자를 공략할 히든 카드로 꼽힌다.

GS샵, 손정환·김서룡·이석태 등 패션디자이너 브랜드로 승부

올가을 홈쇼핑 시장에서는 패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별 경쟁이 치열하다. 홈쇼핑 패션이 무난한 디자인의 중저가 상품이라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 홈쇼핑 업체들은 유명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한 패션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트렌드 리더 홈쇼핑’을 선언한 GS샵은 패션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손정완, 김서룡, 이석태, 이승희, 홍혜진 등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내놓은 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김석원, 윤원정 등의 디자이너 상품을 새롭게 내놓는다. 오프라인에선 구입할 수 없는 참신한 브랜드를 추가로 확보, 올해 디자이너 브랜드로만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GS샵이 국내에 단독 판매하는 ‘모르간’을 비롯해 ‘빠뜨리스 브리엘’ ‘질리오띠’ ‘빌리백’ 등 해외 패션 브랜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프리미엄 브랜드 확대

가을이 부른다…강秋
CJ오쇼핑은 유명 디자이너·패션업체와 공동 기획해 단독 판매하는 ‘온리원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2001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선 ‘피델리아’는 파리 리옹 모드 컬렉션, 서울 컬렉션 등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명품 란제리로 입지를 굳혔다. 이 회사가 2011년 첫선을 보인 ‘엣지’도 지금까지 200억원어치 넘게 팔렸으며, 올가을 진한 블라우스 세트와 고급스런 코튼 등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한다.

현대홈쇼핑 역시 ‘홈쇼핑 패션의 고급화’ 전략에 중점을 두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미국의 유명 캐주얼 브랜드 ‘페리엘리스’와 독점 제조·생산 계약을 맺고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르프랑페랑’도 올가을 현대홈쇼핑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신장경, 이화숙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정상급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 입점한 35년 전통의 ‘리가’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카시바디’ 등 고급 모피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김호성 GS샵 영업본부장은 “중저가 위주였던 홈쇼핑 패션이 이제는 앞서가는 디자인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며 “실력파 디자이너와 협업을 확대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해 ‘트렌드 리더’의 위상을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