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이르면 29∼30일 공격"…英·佛과 화학무기 시설 노릴 듯
법적 논란·국제전 위험 등 난관 다수…"좋은 선택안이 없다"

시리아 사태에 신중론을 보이던 미국이 최근 '강력 응징' 원칙을 천명하면서 서방의 공습이 막바지 조율 단계에 들어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사실상 불(不)개입으로 물러설 퇴로가 끊긴 상태다.

화학무기를 애초 최후의 금지선으로 정한데다 26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함께 이르면 29∼30일 시리아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안 나서면 신뢰성 바닥"
미국의 이런 군사개입은 관례상 대통령이 전적으로 결정권을 쥐게 되고 의회는 결정에 대한 통보만 받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대중의 반응도 부정적이진 않다.

미국의 비영리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캐럴 도허티 부국장은 시리아 화학무기 학살의 증거가 나온다는 가정 아래서는 군사개입 지지율이 평소의 갑절인 45%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편집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화학무기 금지선을 이미 수차례 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은 당연히 장기화한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겠지만 지금 행동을 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오바마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NATO 핵심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공습을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 3개국은 2011년 NATO의 리비아 공습을 함께 주도했다.

특히 영국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군사개입 불사 견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영국 고위 당국자들은 의회 휴회가 끝나는 다음 달 2일 이전에 시리아 공습이 추진될 경우 의회 소집을 할 예정이라고 FT에 밝혔다.

◇화학무기 타격으로 수위 제한할 듯
미국이 시리아 현 정권을 축출하는 등 고강도 군사작전을 펼 가능성은 작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의 막대한 비용에 몸서리를 쳐온 오바마 행정부로서 시리아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습은 정부군의 화학무기 등 일부 시설만 골라 정밀 타격해 추가 독가스 학살을 억제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지는 내다봤다.

불개입과 정권 타도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중간 수위를 택한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의 복잡한 양상도 전면적 개입이 어려운 이유다.

반군 세력에는 미국이 '테러분자'로 기겁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또 반군은 정파 간 내분이 심해 현 정부가 없어져도 내전이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시리아의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게다가 러시아, 이란,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어 서방의 공격이 확대되면 자칫 국제전쟁이 될 위험성도 크다.

우군 없이 고립됐던 2011년 당시의 리비아 정권이 외부 공세에 무너진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2년 전 리비아 공습 때처럼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에 공습 주도권을 넘겨주고 후방 지원에 치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첩보와 군수 등을 맡으면서 '배후의 리더' 역할에 자족하고 적극적 개입의 부담은 줄인다는 포석이다.

미국 터프츠대의 대니얼 드레즈너 교수(국제관계학)는 이런 배후 지원이 오바마 행정부의 '현실주의적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개입 논란에 선별 폭격 실패 위험도
이번 공격은 난관이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의 동맹국이라 유엔의 승인에 따른 군사 작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독가스 학살에서 시리아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대의가 있는 만큼 유엔의 동의가 없어도 합법적으로 군사개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공습에 대해 국제법상의 근거 제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관측했다.

자칫 정권 교체를 목표로 불법 개입한 것 아니냐는 러시아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습의 직접 원인인 화학무기 사용도 현재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진상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화학무기 기반시설만 효율적으로 타격하자는 작전도 시리아 정부군이 해당 시설을 대거 은폐하면 수포가 될 수 있다.

알아사드 정권의 공군 시설을 대체 표적으로 삼자는 제안도 있지만 이조차도 정부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전황이 마구 커지게 될 수 있다.

미국 하원 외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앵글(뉴욕) 의원은 "시리아 문제는 좋은 선택안 자체가 없고 모두 나쁜 선택안만 있다.

이중 최악의 결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민간인 독가스 학살을 방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