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대입전형 간소화를 비롯한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유예, 수준별 선택형 수능의 단계적 폐지가 골자다.

특히 성취평가제 도입은 3년 전 예고됐지만 내년 시행을 앞두고 대입 반영이 전격 유보됐다. 내신 제도가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제도의 무력화를 뜻한다.

고교 진학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당초 내년 고1부터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사고 진학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A-B-C-D-E-(F) 6단계 절대평가 방식 성취평가제는 상대평가 방식의 현행 9등급제보다 내신 성적을 높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어려운 특목고 인기가 올라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는 "내년부터 고교에서 성취평가제가 시행된다고 예고돼 많은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특목고·자사고 지원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며 "갑자기 제도가 유예되면서 불가피하게 교육 현장의 혼란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고교와 대학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존 학사체제와 크게 달라진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진학지도나 평가기준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절대평가 방식으로는 공정한 내신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전국 고교 교사 7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취평가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85%가 '성취평가제 1년 이상 유보' 또는 '현행 9등급제 유지'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외고 정임석 입학관리부장은 "성취평가제를 도입할 경우 점수 부풀리기 등 내신 성적에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우려했는데 유예·보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학사제도를 유지하므로 안정성 면에서는 특목고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계명대 강문식 입학처장도 "자의적으로 점수를 줄 수 있는 절대평가 방식은 고교마다 A등급 비율이 달라져 학생선발 기준이 모호해진다"며 "아무래도 대학은 어느 정도 학생 선별이 가능한 현행 9등급제 지속 적용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교총 역시 이날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고 "학교의 준비 부족, 일반고의 상대적 불이익과 평가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유예가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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