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지자체 교류 20년] "우리는 투자 파트너"…20년간 512번 손잡다
한국과 중국의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 지자체들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 유치, 문화 교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삼성의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또 도시화·환경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한국 지자체들의 선진 경험을 절실히 원하고 있어 양국 지자체 간 교류는 그 어느때보다 활발해졌다.

◆한·중 지자체 교류 20년


[한·중 지자체 교류 20년] "우리는 투자 파트너"…20년간 512번 손잡다
양국 간 지자체 교류는 올해 사실상 20주년을 맞았다. 1993년 8월24일. 부산시는 중국 상하이시와 자매교류 협정식을 가졌다. 한국과 중국 지자체 간 교류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한국과 중국의 지자체 간 자매결연 및 우호교류는 지난해 말 기준 512건에 달한다. 서울 부산 경기 등 16개 광역단체들도 중국의 46개 도시와 80건의 자매·우호교류를 체결했다.

한국과 중국 지자체 간 교류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목포시였다. 목포시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해인 1992년 장쑤성 롄윈강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양국 지자체 간 본격적인 교류의 시작은 1993년 부산-상하이, 서울-베이징, 대구-칭다오, 인천-톈진, 경남-산둥성, 경기-랴오닝성 등 광역자치단체들이 자매결연을 맺으면서다.

1994년부터는 자매결연 도시 외에도 다른 도시와 우호교류를 맺어 교류를 확대하는 지자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천시가 1994년 랴오닝성 다롄시와 우호교류를 맺었고 충남도는 1994년 허베이성과 자매결연을, 1995년에는 산둥성과 우호교류를 각각 체결했다. 2000년에는 베이징에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공동행사와 공무원 교환 등 다양한 교류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한국의 246개 광역 기초자치단체 중 89.8%인 221개 지자체가 중국의 다양한 지방정부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질적 성과 가시화

한·중 지자체 간 교류는 양국이 문화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무한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가 수교 20년 만에 38배로 늘고, 연간 상호 방문객이 각각 200만명을 넘는 것도 지자체들의 20년간 끈끈한 교류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자체 간 교류는 늘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드물었다. 양국 지자체 교류 20년을 맞은 올해를 계기로 양국 지자체 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교류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호화 크루즈선인 헤나호가 중국인 관광객을 싣고 톈진~인천 간 운항을 시작했다. 한때 폐쇄 논란에 휩싸였던 강원 양양공항에는 이달 말부터 양양~상하이를 운항하는 정기노선이 개설된다.

올해 한국의 지자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과 활발한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16개 광역지자체장 중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11명이 올해 중국을 방문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도 자매결연 20주년일을 전후해 연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병필 주중 한국대사관 지자체관은 “중국은 대외 진출에 관심이 많고 문화 환경 등 도시화문제에 대한 선진적인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중 간 지자체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지사, 시진핑 전남 방문때 인연…지자체 교류로 우의 다져

한·중 간 지방자치단체 교류는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주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차세대 최고지도자들을 중앙보다는 지방의 간부로 임명해 경험을 쌓게 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은 지자체 간 교류를 통해 한국 지도자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왔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중국 정·재계에서 잘 알려진 인사다. 그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친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국 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영암·해남기업도시에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박 지사와 시 주석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시 주석과 박 지사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 주석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전남도를 방문했다. 박 지사는 1박2일 동안 시 주석을 동행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런 인연은 시 주석이 상하이시 서기, 국가부주석 등으로 승승장구하면서도 계속 이어져 지금은 서로를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래된 친구)’라고 부르는 관계가 됐다.

리커창 총리 역시 랴오닝성 서기로 재직하던 2005년 9월 자매결연 관계인 경기도를 방문해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와 만나 인연을 맺었다. 포스트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쌍두마차인 후춘화와 쑨정차이도 현재 각각 광둥성 서기와 충칭시 서기를 맡고 있다. 쑨정차이는 지린성 서기를 맡고 있던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우리 기업 48개사와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반면 후춘화는 지방정부 당서기를 맡기 전인 2008년 공청단 제1서기 시절에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충칭시는 인천시와 자매교류, 부산시 및 전남도와 우호교류를 맺고 있다. 광둥성은 경기도와 자매교류 관계다. 충칭시는 양강신구라는 국가급 개발구를 조성해 한국 단지를 별도로 만드는 등 한국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몰려오는 '차이나머니'…부동산·의료 등 뭉칫돈 투자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며 중국인들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국 부동산 등에도 투자하는 등 발을 차츰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는 56만9787명으로 월별 집계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지난 6월(39만9000명)보다 76.4% 급증한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일본인 관광객 수를 처음으로 압도했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6% 늘어나는 동안 일본인 관광객 수는 26%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은 1인당 1949달러(약 208만원)를 지출했다. 중국인들이 관광에 들이는 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7년 7000억원에서 2012년 1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수혜를 본 곳은 역시 면세점이다. 작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신라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은 39.2%,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은 33% 늘었다.

중국인들의 소비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병원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는 의료관광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의 한국 의료관광은 전년 대비 76.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들의 한국 의료관광은 특히 여성 성형수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을 겨냥한 중국인의 투자도 늘고 있다. 제주가 주요 투자처다. 작년 10~12월 중국인의 제주 토지 매입 건수는 146건으로 전체 외국인 토지 매입의 72%에 달했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 면적은 총 13만3368㎡, 279억9500만원 상당으로 평균 건당 1억9176만원가량이다.

이로써 2012년 말까지 중국인의 제주 토지 매입물량 누적치(총 매입 건수-총 매도 건수)는 총 1548건, 192만9408㎡, 1240억6900만원에 달해 미국(1298건)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