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무슨 법만 나왔다 하면 온통 규제 일색이요, 기업 활동을 죽이는 것들뿐이다. 산업안전이다, 주가조작 근절이다, 경제민주화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쏟아지는 온갖 종류의 법들이 모두 그렇다. 기업활동을 하다 자칫 사소한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바로 범죄자로 전락하기 딱 좋은 나라로 직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지 기업가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만 해도 그렇다. 신규 화학물질은 용량에 관계없이 모조리 등록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가 만들어졌다. 건당 발생하는 추가비용만도 최소 2955만원에서 최대 4억9660만원에 달해 화학물질 관련업체들을 다 죽이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런 악법을 만들 수는 없다. 미국 일본 정부가 즉각 항의하고 나서는 등 국제적 통상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기업규제의 지옥이지만 규제권력으로서는 천국이다.

안전을 명분으로 내건 무리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킨 사업장에 매출액의 무려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개정을 밀어붙인 데 이어, 화학물질 사고가 3회 연속 발생하면 영업을 취소한다는 이른바 삼진아웃 특별법까지 연내에 제정하겠다는 마당이다. 아예 공장 문을 닫으라는 협박이다. 익사 사고가 난다고 전 국민을 바다로부터 차단하는 것이며 전국의 수영장 문을 아예 닫아버리겠다는 식이다.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무소불위 규제권력은 춤을 추는 꼴이다.

거의 모든 공무원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주가조작 등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떨어지자마자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 및 금융감독원 직원들에게 사법경찰권 부여 카드를 들고 나온 정부다. 투기꾼이 활개칠 수 있도록 온갖 투기 조장법을 만들어 놓은 정부가 새삼 사법경찰권 운운하는 터이니 실로 어이가 없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는 자동차 정비업 등을 단속하는 광역지자체 공무원, 건축물 검사·단속을 하는 국토교통부 및 지자체 공무원, 목재제품·화장품·의료기기·석유·석유대체연료·대부업·체육시설·방문판매업 등을 단속하는 공무원 등 15개 분야 공무원에게도 사법경찰권을 주기로 했다. 전방위 감시국가요 경찰국가요 관료국가로 가겠다고 작심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헌적 경제민주화법들이 풀가동되면서 기업활동을 무차별 범죄목록화하는 감시의 국가로 치닫는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이 죄다 그렇다. 통상적 경영판단의 결과마저 그 실패를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처벌하는 유일한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악법 중의 악법으로 불리는 상법개정안은 또 어떤가. 집행임원제 의무화, 감사위원과 이사의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등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정과 제도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를 말하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오늘 대통령은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당부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벌여놓은 사업조차 정리를 못해, 아니 인질이 돼 억지로 기업을 끌고가고 있을지도 모를 기업인들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규제법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범죄로 규정하는 온갖 악법들의 천국에서 투자를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