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협상이 다시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10월 중순 이후에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5월에 법적 한도인 16조7000억달러에 도달했다. 당시 백악관(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재무부는 특별 대책(임시자금 확충)을 통해 버텨왔다.

루 장관은 “의회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지고 미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은 국채 발행을 통해 적자를 메워왔다. 의회가 법정 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재무부는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 재정이 바닥나고 국채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2011년 여름에도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뒤에야 정치권이 뒤늦게 협상을 타결했다.

이번에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규모 예산 감축이 있어야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중산층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예산을 삭감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신뢰와 신용등급을 지키는 것은 의회의 책임”이라며 “백악관이 나서서 부채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 협상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실물경제인협회(NABE)가 경제전문가 2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부채 문제가 미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대답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