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인생이 된 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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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김치'에 덴마크 학생 "브라보"
그 값진 선물의 세계화를 위해…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그 값진 선물의 세계화를 위해…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덴마크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다. 인구는 500만명 정도지만 낙농기술은 유럽 제일이다. 복지도 잘 갖춰져 대학 학비는 박사과정까지 모두 무료다. 해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사과정은 지옥이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진행하고 지도교수는 방향만 제시해준다. 한국처럼 교수가 친절하게 가르쳐 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던 한국 청년에겐 큰 충격이었다.
‘한국 토종’인 나로선 북유럽의 독특한 박사과정 공부 방식을 알 턱이 없었다. 내가 1989년부터 3년간 다닌 유럽 내 지명도 7위 공과대학 덴마크 왕립공대의 훈련 과정은 혹독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나서 보니 나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밑에 있던 석사과정과 테크니션(실험 보조원)은 여유만만이었다. 오전 10시에 티타임을 갖고 12시엔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먹고 일 좀 하려고 하면 3시에 또 티타임. 그리고 5시면 퇴근이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던 필자는 시간 가는 게 아까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덴마크 일상임을 알고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을 내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한국처럼 밤샘 실험을 시킬 수 있을까. 그 당시 덴마크엔 상담할 만한 한국 사람이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이 커지면서 우울증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불고기와 김치를 반찬으로 한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갔다. 도시락을 펼치니 덴마크 학생들이 주위에 모여들었다. 김치 냄새도 이상하고 고기를 간장에 양념해서 먹는 것도 처음 본 모양이었다. 덴마크 학생들이 불고기와 김치를 먹어 보더니 정말 맛있다고 “브라보”를 외치는 게 아닌가. 내가 더 놀랐다. 난 무릎을 쳤다. “이거야! 한국 음식으로 이들을 감동시켜 한국처럼 실험을 해야겠다.”
테크니션 및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약속을 했다. 늦게까지 남아 실험하면 불고기 바비큐를 해 주겠다고. 기적이 일어났다. 배고픈 학생들에게 한국식 불고기는 거창한 만찬이었다. 그때부터 실험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지도교수는 테크니션을 더 많이 배정해 줬다. 지도교수도 내 얘길 들은 것이었다.
불고기와 김치는 덴마크 학생들을 감동시켰고 난 3년 만에 박사과정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때 내 연구 테마가 두유를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 대량생산이었다. 김치는 내가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준 스승이었다. 지금은 김치 유산균이 세계적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사실을 유럽 수출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가장 값진 선물 김치. 그 세계화를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명준 <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
‘한국 토종’인 나로선 북유럽의 독특한 박사과정 공부 방식을 알 턱이 없었다. 내가 1989년부터 3년간 다닌 유럽 내 지명도 7위 공과대학 덴마크 왕립공대의 훈련 과정은 혹독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나서 보니 나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밑에 있던 석사과정과 테크니션(실험 보조원)은 여유만만이었다. 오전 10시에 티타임을 갖고 12시엔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먹고 일 좀 하려고 하면 3시에 또 티타임. 그리고 5시면 퇴근이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던 필자는 시간 가는 게 아까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덴마크 일상임을 알고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을 내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한국처럼 밤샘 실험을 시킬 수 있을까. 그 당시 덴마크엔 상담할 만한 한국 사람이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이 커지면서 우울증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불고기와 김치를 반찬으로 한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갔다. 도시락을 펼치니 덴마크 학생들이 주위에 모여들었다. 김치 냄새도 이상하고 고기를 간장에 양념해서 먹는 것도 처음 본 모양이었다. 덴마크 학생들이 불고기와 김치를 먹어 보더니 정말 맛있다고 “브라보”를 외치는 게 아닌가. 내가 더 놀랐다. 난 무릎을 쳤다. “이거야! 한국 음식으로 이들을 감동시켜 한국처럼 실험을 해야겠다.”
테크니션 및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약속을 했다. 늦게까지 남아 실험하면 불고기 바비큐를 해 주겠다고. 기적이 일어났다. 배고픈 학생들에게 한국식 불고기는 거창한 만찬이었다. 그때부터 실험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지도교수는 테크니션을 더 많이 배정해 줬다. 지도교수도 내 얘길 들은 것이었다.
불고기와 김치는 덴마크 학생들을 감동시켰고 난 3년 만에 박사과정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때 내 연구 테마가 두유를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 대량생산이었다. 김치는 내가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준 스승이었다. 지금은 김치 유산균이 세계적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사실을 유럽 수출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가장 값진 선물 김치. 그 세계화를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명준 <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