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출됐던 '대한제국 지폐원판' 돌아온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한국 최초의 지폐 원판인 대한제국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원판(사진)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제 수사 공조와 형사 절차를 통해 한국 문화재를 국내로 환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과 문화재청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1951년 6·25전쟁 때 미국으로 유출된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내달 3일 오후 3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원판을 전달받고 환수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호조태환권은 1800년대 말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경제 근대화를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당시 옛 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발행한 교환표다. 고종 29년(1892년) 상설 조폐기관이던 인천전환국은 50냥 20냥 10냥 5냥 등 네 종류의 호조태환권을 찍기 위해 원판을 만들었다. 이 원판은 15.875㎝, 세로 9.525㎝, 무게 0.56㎏의 동판으로 만들어졌다. 중앙에는 ‘십냥’이라는 글자와 대한제국 황실을 의미하는 세 발톱을 가진 용 두 마리와 꽃문양이 조각돼 있다.

원판으로 찍은 화폐는 실제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대한제국이 근대화된 인쇄술로 만든 최초의 지폐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중 덕수궁에 소장돼 있던 10냥짜리 원판을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라이오넬 헤이스가 미국으로 불법 반출했다.

앞서 미국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2월 호조태환권 원판을 경매한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 대표 제임스 아마토를 장물 판매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번 환수는 미국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이뤄졌다. 7월 대검을 방문한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채 총장에게 인쇄원판 환수를 언급했고, 이후 대검 문화재청 국토안보부 3자 협력을 통해 환수에 성공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