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49) 지방재정과 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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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성지로 불렸던 디트로이트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일단 빚 갚는 것을 중단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을 꾀하는 절차인데 회생에 실패하면 자산을 팔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청산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 상황은 어떨까?
디트로이트시의 부채는 185억달러로 지난해 시 예산의 7배가 넘었다. 세금 등으로 걷히는 돈을 다른 곳에 전혀 쓰지 않고 7년을 갚아도 모자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전체 244개 지자체 가운데 상태가 가장 좋지 않다는 경기 용인시 부채는 예산 대비 39%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25%를 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예산 대비 부채 규모만 보면 심각하지 않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지자체 채무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06년 말까지 지자체 채무 증가율은 연간 3%를 넘은 적이 없는데 2007년부터 급속히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34%를 넘고 말았다. 최근 2년간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2006년까지 17조원대이던 것이 2012년 말에는 27조원이 넘은 것이다. 둘째, 지자체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지자체 산하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전체 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는 27조원 남짓이지만, 산하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이 걱정스러운 근본적 이유는 지자체 재정이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지자체 관계자들의 재정에 대한 책임감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올해 51.1%에 불과하다. 그나마 특별·광역시 재정자립도 66.8%가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는 별도 선거에 의해 정해져 정치적으로 독립하다 보니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나 경전철 등 과잉 시설투자 문제 등도 이런 불균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임을 할 수 있다지만 4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임기 이후에, 더구나 지자체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을 수 있는 빚에 대해 얼마나 신중할 것이냐는 점에 당연한 의문이 든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도를 법적으로 도입해 지자체장들이 책임 소재에 민감해지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지자체 재정자립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걷는 국세와 지자체가 걷는 지방세 체계도 정비돼야 할 것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재정적으로 얼마나 독립하는가는 자식의 자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립할 때는 독립해야 서로 책임 있는 생활과 관계를 영위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18년, 정부와 지자체도 ‘자치’라는 명칭에 걸맞은 건전한 재정적 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디트로이트시의 부채는 185억달러로 지난해 시 예산의 7배가 넘었다. 세금 등으로 걷히는 돈을 다른 곳에 전혀 쓰지 않고 7년을 갚아도 모자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전체 244개 지자체 가운데 상태가 가장 좋지 않다는 경기 용인시 부채는 예산 대비 39%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25%를 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예산 대비 부채 규모만 보면 심각하지 않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지자체 채무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06년 말까지 지자체 채무 증가율은 연간 3%를 넘은 적이 없는데 2007년부터 급속히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34%를 넘고 말았다. 최근 2년간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2006년까지 17조원대이던 것이 2012년 말에는 27조원이 넘은 것이다. 둘째, 지자체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지자체 산하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전체 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는 27조원 남짓이지만, 산하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이 걱정스러운 근본적 이유는 지자체 재정이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지자체 관계자들의 재정에 대한 책임감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올해 51.1%에 불과하다. 그나마 특별·광역시 재정자립도 66.8%가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는 별도 선거에 의해 정해져 정치적으로 독립하다 보니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나 경전철 등 과잉 시설투자 문제 등도 이런 불균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임을 할 수 있다지만 4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임기 이후에, 더구나 지자체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을 수 있는 빚에 대해 얼마나 신중할 것이냐는 점에 당연한 의문이 든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도를 법적으로 도입해 지자체장들이 책임 소재에 민감해지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지자체 재정자립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걷는 국세와 지자체가 걷는 지방세 체계도 정비돼야 할 것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재정적으로 얼마나 독립하는가는 자식의 자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립할 때는 독립해야 서로 책임 있는 생활과 관계를 영위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18년, 정부와 지자체도 ‘자치’라는 명칭에 걸맞은 건전한 재정적 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