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엄지'를 지배할 것인가…모바일 메신저 한·미·중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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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라인', 무료통화·캐릭터 스티커 매력…日·대만·태국 '국민 메신저'로
미국 대표 '왓츠앱', 메신저 본연에 가장 충실했지만 경쟁 격해지자 음성메시지 추가
중국 대표 '위챗', 모르는 사람과 채팅 연결 기능…가입자 4억6000만명 달해
미국 대표 '왓츠앱', 메신저 본연에 가장 충실했지만 경쟁 격해지자 음성메시지 추가
중국 대표 '위챗', 모르는 사람과 채팅 연결 기능…가입자 4억6000만명 달해
12억 인구 중 청년층만 5억명이 넘는 젊은 나라 인도. 이곳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선 현재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1일 인도 진출을 선언한 한국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인도 대학생들이 수업 중 ‘스티커’(이모티콘)만으로 단체 대화를 하는 내용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위챗’ 역시 인도 유명 남녀 연예인을 내세운 TV광고를 내보냈다. 현재 인도에서 70%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왓츠앱’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전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에서 대대적인 TV광고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위챗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도 TV광고에 등장시켰다. 텐센트가 올해 책정한 위챗의 마케팅 비용만 2억달러(2233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영토전쟁이 뜨겁다. 경쟁 구도는 라인(한국)·위챗(중국)·왓츠앱(미국) 등 한·중·미의 삼국지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 놓고 삼국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일 ‘아시아의 모바일 채팅 앱들이 서구의 지배에 도전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 서구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계속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해왔던 점에 비춰 볼 때 한국의 라인과 중국의 위챗 돌풍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2009년 미국에서 개발된 왓츠앱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위챗(2011년 1월 출시)과 라인(2011년 6월)의 추격은 거세다. 위챗은 가입자수가 4억6000만명에 달한다. 4억명 내외로 추정되는 왓츠앱 가입자수를 이미 넘어섰다. 중국의 인구가 많은 덕분이지만 중국 밖 가입자수도 1억명을 돌파했다.
네이버가 일본 라인주식회사를 통해 내놓은 라인도 2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일본에선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에 달하는 4800만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9년 나온 왓츠앱은 시장을 선점했지만 기능이 제한적인 1세대 메신저라는 단점이 있다”며 “동남아 시장을 라인과 위챗에 빼앗긴 데 이어 서구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과 위챗은 각국에서 광고와 마케팅에 수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1위가 미래 인터넷 시장의 제왕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시아 메신저의 인기 요인
한국의 라인과 중국의 위챗이 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스티커와 무료 음성통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물여섯 글자 알파벳을 쓰는 영어권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의 작은 자판은 메시지를 보내는 데 큰 불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어, 중국어 등 글자수가 많은 언어권에선 문자 외에 즉각적으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핵심 포인트였던 것이다.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대표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시절부터 ‘이모지’라고 불리는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었었다”며 “지난 1년간 스티커는 488%, 음성통화는 912% 성장할 정도로 라인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서구의 메신저들도 스티커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스티커로 대화가 더 재밌어질 뿐 아니라 상당한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라인은 올 1분기(1~3월) 스티커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페미스북 메신저’에 스티커 기능을 추가했다. 미국의 다른 메신저들인 ‘패스’와 ‘킥 메신저’도 스티커를 최근 지원하기 시작했다.
게임이나 광고를 메신저에 붙이지 않을 것이라던 왓츠앱도 지난 6일 음성메시지 기능만은 새로 추가했다.
◆메신저 전쟁은 확전중
한·중·미 3국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벌이는 경쟁은 동남아를 벗어나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 태국에서 ‘국민 메신저’로서의 기반을 닦은 라인은 스페인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스페인에서 1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같은 언어권인 남미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라인은 이달 초 미국에 ‘라인 유로·아메리카’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북미와 유럽, 남미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라인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의 강현빈 실장은 “아시아와 달리 미국·유럽 이용자 중에는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각 문화권에 맞는 지역화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텐센트 역시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2분기 기준 보유 현금은 24억달러(27조원), 직원은 2만4000여명에 달한다.
전춘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텐센트가 지금까지 위챗에 투자한 총 금액은 30억위안(약 545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전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에서 대대적인 TV광고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위챗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도 TV광고에 등장시켰다. 텐센트가 올해 책정한 위챗의 마케팅 비용만 2억달러(2233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영토전쟁이 뜨겁다. 경쟁 구도는 라인(한국)·위챗(중국)·왓츠앱(미국) 등 한·중·미의 삼국지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 놓고 삼국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일 ‘아시아의 모바일 채팅 앱들이 서구의 지배에 도전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 서구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계속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해왔던 점에 비춰 볼 때 한국의 라인과 중국의 위챗 돌풍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2009년 미국에서 개발된 왓츠앱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위챗(2011년 1월 출시)과 라인(2011년 6월)의 추격은 거세다. 위챗은 가입자수가 4억6000만명에 달한다. 4억명 내외로 추정되는 왓츠앱 가입자수를 이미 넘어섰다. 중국의 인구가 많은 덕분이지만 중국 밖 가입자수도 1억명을 돌파했다.
네이버가 일본 라인주식회사를 통해 내놓은 라인도 2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일본에선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에 달하는 4800만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9년 나온 왓츠앱은 시장을 선점했지만 기능이 제한적인 1세대 메신저라는 단점이 있다”며 “동남아 시장을 라인과 위챗에 빼앗긴 데 이어 서구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과 위챗은 각국에서 광고와 마케팅에 수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1위가 미래 인터넷 시장의 제왕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시아 메신저의 인기 요인
한국의 라인과 중국의 위챗이 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스티커와 무료 음성통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물여섯 글자 알파벳을 쓰는 영어권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의 작은 자판은 메시지를 보내는 데 큰 불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어, 중국어 등 글자수가 많은 언어권에선 문자 외에 즉각적으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핵심 포인트였던 것이다.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대표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시절부터 ‘이모지’라고 불리는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었었다”며 “지난 1년간 스티커는 488%, 음성통화는 912% 성장할 정도로 라인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서구의 메신저들도 스티커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스티커로 대화가 더 재밌어질 뿐 아니라 상당한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라인은 올 1분기(1~3월) 스티커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페미스북 메신저’에 스티커 기능을 추가했다. 미국의 다른 메신저들인 ‘패스’와 ‘킥 메신저’도 스티커를 최근 지원하기 시작했다.
게임이나 광고를 메신저에 붙이지 않을 것이라던 왓츠앱도 지난 6일 음성메시지 기능만은 새로 추가했다.
◆메신저 전쟁은 확전중
한·중·미 3국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벌이는 경쟁은 동남아를 벗어나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 태국에서 ‘국민 메신저’로서의 기반을 닦은 라인은 스페인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스페인에서 1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같은 언어권인 남미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라인은 이달 초 미국에 ‘라인 유로·아메리카’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북미와 유럽, 남미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라인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의 강현빈 실장은 “아시아와 달리 미국·유럽 이용자 중에는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각 문화권에 맞는 지역화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텐센트 역시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2분기 기준 보유 현금은 24억달러(27조원), 직원은 2만4000여명에 달한다.
전춘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텐센트가 지금까지 위챗에 투자한 총 금액은 30억위안(약 545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