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또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도 복지도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부연설명까지 덧붙였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을 옥죄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거듭 분명히 했다. 하루 전 10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던 언급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가 최상위 국정 목표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정운영 기조를 경제살리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별 진전이 없고 혼선만 거듭되고 있다. 장관들이 그저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있는 탓이다. 일사불란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오히려 삐꺽거리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고 해야 할 정도다. 상법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이 법안은 본란에서 누차 지적했던 대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소조항들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 법안이 부처 간 협의과정에서 진지하게 토의됐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직접 법안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히기에 이른 배경이다.

개선 조짐이 없지는 않다. 때마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어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 적격심사제 제2금융권 확대가 미뤄질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어림없다. 정부는 아직도 순환출자 금지 같은 법안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예외규정을 두느니 마느니 하며 혼선을 겪고 있다. 일감 규제법도 강도를 더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더구나 지난 상반기에 만들어진 경제민주화 법들이 실제 시행단계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대통령의 말 뜻을 장관들만 모르는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통령이 짚어주지 않으면 한걸음도 못 뗄 판이다. 장관들이 명심하고 실행하라는 당부까지 나온 터다. 대통령은 어제는 중견기업가들과 오찬회동을 했다. 재계 전체의 기대도 그만큼 높다. 대통령이 빗장을 풀었으니, 이제 장관들이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