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감사원 '역풍' 맞다
‘청와대 빼고는 대한민국 모두를 감사할 수 있다’는 감사원이 요즘 위기에 직면했다. 양건 원장의 중도 사퇴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 과도한 ‘슈퍼 갑(甲)’ 권한 등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이 국가 최고 감사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라는 조직에 걸맞지 않게 ‘감사의 칼’을 자의적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줄서기와 4대강 감사 번복 논란, 감사원장 사퇴를 둘러싼 잡음 등 그동안 물밑에 잠겨 있던 감사원의 문제점을 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 입맛에 맞춰 감사원을 좌지우지하려 하고, 감사원은 그런 권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감사원이 전체 권력 지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회계 집행의 적정성을 따지는 회계감사와 공직자의 위법·비위 사실을 밝히는 직무감찰에 더해 공공자금이 들어간 각종 정책사업의 타당성을 살피는 막강한 정책감사 권한을 가지면서 관가 안팎에 “공무원의 99.9%는 감사원에 종속돼 있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돈다. 감사원이 공직사회의 ‘빅 브러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감사원이 벌이는 대형 정책감사들은 때때로 코드 감사, 표적 감사 논란을 촉발하며 순수성을 의심받는 지경이다. 신규 예산 확보와 기관 평가에 목매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책감사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슈퍼 갑’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고 있다. 현장 감사관들의 전문성 부족과 실적 쌓기식 감사로 애꿎은 정책들이 여론의 질타에 밀려 사장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감사원법에 감사원의 감사 범위와 권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정책감사는 사후 객관적인 평가 수준에 머물러야지 정책 결정의 옳고 그름 등 정치적 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감사위원 임명시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등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 일각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을 국회 산하로 옮기자는 주장도 펴고 있어 감사원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