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BSC 전략실행 콘퍼런스가 27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렸다.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2013 BSC 전략실행 콘퍼런스가 27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렸다.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 미운오리서 백조로 바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사회에서 오해와 질타의 대상이었다. 불법 단속, 입장료 징수 등의 업무를 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였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공원법에 따라 규제 중심의 공원관리 정책을 펴온 탓도 있었다.

공단이 환골탈태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균형전략실행체계(BSC)를 도입한 이후부터다. 비전 전략을 먼저 세우고 사업을 추진했다. 자연생태계 보전, 탐방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협력, 내부 인프라 강화 등으로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개인별 목표가 생기면서 직원들로부터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시설관리 부서의 한 직원은 ‘탐방로 정비’라는 개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 고민하던 중 북한산국립공원 내 ‘독립유공자 묘역 순례길’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다.

부서에서는 이를 ‘탐방서비스 인프라 강화’라는 전략과 연계시켜 사업화했다. ‘북한산 둘레길’의 시작이었다. 4년에 걸쳐 총 70.1㎞를 조성한 북한산 둘레길은 ‘정상 정복형 등산문화’에서 ‘저지대 수평형 탐방’이라는 새로운 등산문화를 만들었다. 222㎞에 이르던 샛길 차단 효과도 발생했다. 샛길이 33% 줄면서 훼손됐던 생태계 복원의 길이 열렸다. 북한산 둘레길은 2011년,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 대한민국 ‘길’로 소개되며 세계 속의 길로 인정받았다.

공단은 BSC 도입 이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6년 연속 최우수 기관, 공원의 80%인 15개 공원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카테고리Ⅱ 인증을 받았다. 지역 주민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지역사회에서 환영받는 등 다양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공단은 BSC를 통해 연간 약 4000만명의 탐방객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자연을 보전하는 생태복지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웨슬리퀘스트는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2013 대한민국 BSC 전략 실행 콘퍼런스’를 열고 ‘대한민국 BSC 대상’ 기관으로 뽑힌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시상했다. 시상식에 이어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성공적인 전략 실행 조직의 10가지 리더십 특징과 전략 실행 단계별 변화 관리 접근방법’이란 주제의 기조연설, ‘변화 관리와 리더십 기반의 성공적인 전략 실행’ ‘빅 데이터 분석과 팩트 기반의 성공적인 전략 실행’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 직원들의 행동을 바꾼 자산관리공사

BSC 성과지표는 성과를 측정하는 수단이지만 직원들의 행동 개선을 유인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성과지표 관리를 통해 직원의 행동 개선을 유인한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혔다. 공사 국유재산본부는 4대 경영 목표인 ‘국가 재정 수입 증대’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단점유 해소율을 성과지표로 삼았다.

무단 점유자의 경우 대부분 거주지가 불분명하거나 일정하지 않다. 이 때문에 관리 재산의 확대와 더불어 변상금 부과 고지서의 반송률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무단 점유자의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 주민센터에 주민등록 발급을 의뢰하지만 거절률이 높다. 발급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무단 점유자의 최종 주소지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무단점유 해소율을 성과지표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방법이 생겼다. 안전행정부의 행정정보 공동이용망을 생각해낸 것이다.

안행부로부터 행정정보 공동이용망 사용 권한을 부여받은 공사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무단 점유자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이 가능해졌다. 국유재산 관리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직접 출력할 수 있게 되면서 무단점유 해소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업무 효율성도 크게 좋아졌다. 고객이 서류 발급을 위해 행정기관 여러 곳을 방문하는 불편도 줄고, 제출서류도 간소화했다. 고객만족도도 동시에 높아졌다. 행정정보 공동이용망 사용을 통해 연간 약 8억2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

공사는 성과지표를 통한 행동 개선에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코칭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후 생긴 내부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효과는 높았다. 덕분에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12년 공공기관 경영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성과관리 우수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 평가 방식 효율성 높인 지역난방공사

대부분 공공기관이 그렇듯이 공사에 대한 평가는 기재부의 정부경영평가와 자체적인 내부평가로 이원화돼 있다. 평가가 중복으로 이뤄져 ‘평가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사 성과관리팀은 정부경영평가 지표를 본사 및 지사의 내부 평가지표와 연계, 직원들의 부담을 해소했다.

평가 방식도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했다. 비계량 성과지표에 대한 매트릭스 평가가 대표적인 예다. 하나의 지표에 대해 복수의 평가자가 교차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왜곡을 줄여 설득력을 높였다.

공사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력을 강화했다. 난방비를 산출하는 계량기인 적산열량계 고장률을 성과지표로 설정, 관리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초음파식 적산열량계를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해 기존 기계식 열량계가 가진 구조적 고장 요인과 계량 오차(3%)의 단점을 극복했다. 새로운 적산열량계는 초음파식으로 구성해 고장 원인을 최소화했다. 계량 정밀도도 오차범위 2% 수준으로 높였다.

BSC를 도입하면서 성과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동탄2 대용량 열병합발전시설 증설 사업 허가를 취득하면서 공헌이익(20년)이 1조2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고양 원흥지구 신규사업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열원과 네트워크를 활용, 투자비 44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영업 전사적 자원관리(ERP) 도입으로 공사비 부담금열요금사용자 설비 시스템 등 고객 관련 정보를 일원화하고 재무 ERP와 연계, 성과를 창출했다.

주우진 심사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과거에는 어떻게 좋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요즘은 어떻게 전략을 잘 실행해 성과를 창출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고, BSC가 이 같은 고민을 풀어줬다”며 “각 기업의 BSC 전략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어 수상 기업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 BSC

균형전략실행체계(BSC)는 1992년 하버드대의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노튼 박사가 내부와 외부, 유형과 무형, 단기와 장기의 균형 잡힌 관점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개발했다. 이후 BSC는 계속적으로 발전, 지금은 전략을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로 만드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 목표에 맞는 팀별·개인별 이행 과제를 수립해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가자들은 개인의 성과지표 달성 여부와 진척 상황을 수치화해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의 성과지표와 회사 목표가 어떻게 연동돼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코카콜라 등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BSC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