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주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 이곳에서 25만명의 군중을 상대로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을 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킹 목사 기념사업회(킹센터) 주최로 열린 ‘일자리와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 50주년 기념행사에 킹 목사가 염원한 ‘꿈의 상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은 50년 전 킹 목사가 연설한 바로 그 장소(링컨 기념관 계단), 그 시간(오후 3시)에 마이크를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이 행진했기 때문에 미국이 변했고, 그들이 행진했기에 시민권법과 투표권법이 통과됐고, 그들이 행진했기에 그들의 딸과 아들이 다른 사람의 옷을 세탁하고 구두를 닦는 데서 벗어나 마침내 스스로의 삶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얻은 것을 지키려면 자기만족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계심이 필요하고 계속 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언급하며 “많은 진전이 이뤄졌지만 지속된 경제적 불평등은 50년 전 시민권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의 유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전을 평가하는 척도는 얼마나 많은 흑인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느냐가 아니다”며 “이 나라가 인종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킹 목사의 ‘꿈’을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살리기 정책으로 연결지었다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전직 대통령도 이날 연사로 나섰다.

50년 전 워싱턴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대(25만명)가 모여 자유와 일자리를 달라며 의회 의사당에서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2마일(3.2㎞)을 행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