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과 들을 수놓은 분홍빛 진달래꽃. 그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바위산으로 향한다.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중견 여성 문인화가 인강 신은숙의 그림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의문이 화두처럼 떠오른다. ‘무하유지향’은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장자가 추구했던 무위자연의 이상향이다. 생사와 시비, 지식과 마음 일체의 행위가 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시와 글씨, 그림이 한 몸처럼 융합하는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온 신씨가 선(禪)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연다.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갤러리에서 열리는 ‘구름이 지나니 달이 禪(선)을 놓다’전이다.

신씨는 이번 전시회에 ‘묵념의 가장자리’ ‘청산은 나를 보고’ ‘전하는 마음’(사진) ‘삶’ 등 수묵채색 문인화 50여점을 건다. 문인화를 주로 그려온 작가의 작품들은 간결하고 함축적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선화’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에서 깨달음의 이상향을 추구하고, 솔가지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소리와 소나무 끝에 걸린 달빛의 빈자리에서 선을 발견하는 그의 그림은 분명 선을 지향한다.

이은윤 한국선불교연구회장은 “인강의 수묵화는 먹을 금과 같이 아끼는 절제 속에서 돈오선법의 신속한 탈속(脫俗), 긴장과 격양의 정서, 활발한 심경 등의 화의(畵意)가 생동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오는 10월1일부터 보름간 덕숭총림 수덕사 선(禪)미술관에서 전시할 예정. 월간 서예문인화와 사단법인 한국서가협회가 후원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