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청문회 때 낭패, 오기로 버텨…기왕 시작한 일 멋지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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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당시 '몰라요 장관' 비판, 부동산투기 의혹까지 나오니…너무 흥분한점 지금은 후회해요
북극항로 내달 첫 출항 성과…中어선 불법조업 공동단속도 조만간 가시적 대책 내놓을 것
북극항로 내달 첫 출항 성과…中어선 불법조업 공동단속도 조만간 가시적 대책 내놓을 것
“산이 나타나면 어떻게든 넘어가야 합니다. 산을 못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실망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요. 어떤 일이라도 10년 정도는 매달려봐야 성과가 나타 납니다. 저 같은 사람도 장관 자리까지 올랐는데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는 더 무궁무진하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자신을 ‘비주류 인생’이라고 말한다. 20대에는 가고 싶었던 대학에 낙방, 지방대를 다녔고 30대엔 박사학위를 따고도 교수 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강사로 7년을 보냈다. 나이 마흔이 다 돼 처음으로 잡은 정규직 직장(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선 딱 둘뿐인 여성 연구원으로 조직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요즘 젊은 층이 당면하고 있는 학벌 콤플렉스, 비정규직 문제 등을 모두 겪은 셈이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순수 연구원 출신으로는 처음 해양수산부 수장에 오른 그는 여전히 몸을 낮추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양이 몸에 밴 듯했다. 하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며 4시간여 얘기하는 동안 서서히 진가가 나타났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에 해양수산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은 왜 그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낙점받았는지 느끼게 해줬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어눌함 때문에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청문회 이후 “오기로 버텼다”
윤 장관이 단골집으로 소개한 곳은 서울 서초동의 ‘바다회상’.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로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수산물을 홍보하려고 이곳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메뉴는 민어회. 알을 밴 7~8월이 제철로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전남 신안군에서 잡아 올린 분홍빛 민어가 상에 올랐다. 기름지면서 담백한 맛이었다.
윤 장관이 지난 2월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말 그대로 ‘깜짝 인사’였다. 윤 장관 본인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올해 초 한 토론회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중요한 분이신데 인사를 미리 드려야 할 것 같다’며 명함을 건네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색하게 웃어 넘겼죠. 아마 그분은 사전에 대통령으로부터 언질을 받았던 것 같아요.”
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했다. 2007년 해수부 폐지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을 당시 논리정연하게 반대한 것을 박 대통령이 눈여겨본 것 같다고 기억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윤 장관을 유명 인사(?)로 만든 국회 인사청문회로 흘렀다. 윤 장관은 지난 4월 국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해 ‘몰라요 장관’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는 “학자들은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며 “너무 구체적이고 세세한 수치를 물어보는데 멋지게 포장해서 둘러치기보다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준비가 너무 엉성하다는 인상을 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준비 부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세, 다시 말해 청문회를 대하는 마인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순순히 시인했다. “제가 흥분을 안 하는 성격인데, 그때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어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됐거든요. 청문회 후반에는 너무 기분이 상해 일부러 ‘모른다’고 말을 해버린 적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저 솔직하게만 대답한다고 생각해 정무적 감각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이죠.”
청문회 뒤에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진숙아. 신문 절대로 보지 마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질 부족을 탓하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때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할 생각도 했다.
“무척 괴로웠어요. 내가 왜 이 비난을 듣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어차피 망신당할 것 다 당했는데 더 나빠질 것도 없겠다 싶었어요. 기왕 들어선 길 멋지게 해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습니다.”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가시적 성과 내겠다
과연 이날 윤 장관은 청문회 때와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투에 좌중을 둘러보는 표정도 당당했다. 인터뷰에 나선 옷차림도 세련된 느낌을 줬다. 흰색 블라우스에 화사한 분홍색 재킷이 조화를 이뤘고 붉은 색 뿔테 안경과 진주 목걸이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친구들조차도 청문회 때 제 모습이 너무 촌스러웠다고 핀잔을 주더군요. 그래서 남대문에서 안경도 사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좀 썼습니다. (웃음)”
윤 장관은 취임 후 6개월 안에 해수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외부 출신으로 조직을 손쉽게 장악하겠다는, 일종의 ‘군기 잡기’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았다. 그 발언은 아직도 유효할까.
“아닙니다. 큰 폭의 인사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취임 후 각 국장들에게 꼭 달성해야 할 과제들을 줬고, 지금까지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힘든 일이 많은데 생각보다 잘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맡겨 놓은 일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언제든 생각을 달리할 여지는 남겨 두려고 합니다.”
민어 다음으로 나온 회는 이름도 생소한 괴도라치. 전복을 먹고 산다 해서 전복치라고 불리지만 사실 원래 이름은 괴도라치다. 양식이 없는 100% 자연산이어서 바다의 싱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쫀득쫀득하고 담백해 한 번 맛본 사람은 다른 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윤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뭘까. “첫째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 일정을 확정하고, 다음달 15일 첫 출항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운임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된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를 양국이 공동으로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도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인생은 긴 마라톤…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윤 장관의 원칙과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별명은 ‘마녀’다. 연구원 시절 산업단지를 짓기 위한 해안 매립에 강력 반대하면서 붙여졌다. 그는 해안 매립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갯벌이 사라지는 등 환경적인 측면이 가장 큰 이유지만, 매립지를 사들인 사람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너무 앞장서서 반대를 하다 보니 욕도 많이 먹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윤 장관은 모범생 스타일이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반드시 횡단보도를 건너야 직성이 풀린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열과 성을 다해 강의했고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았다. 그는 “학점을 후하게 주는 것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학문적 깊이를 더하고, 시간도 엄격하게 지키니 학생이 자연스럽게 몰렸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재산은 국무위원 중 가장 적은 1억6525만원이다. 2006년식 쏘나타 승용차(908만원)와 1억5617만원의 예금과 보험 등이 전부다. 재테크를 해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원래 돈복도 없고, 일하느라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며 “죽을 때 돈을 싸들고 가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도 충분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마지막은 민어 매운탕이었다. 도톰한 민어살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배는 부르지만 시원한 국물에 밥을 한숟가락 말았다. 이제 자리를 뜰 시간이다. 윤 장관은 소주를 한 병 정도 비웠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유례 없는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뭐냐고….
“산(역경)이 나타나면 어떻게든 넘어가야 합니다. 중간에 조금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산을 못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실망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요. 어떤 일이라도 10년 정도는 매달려봐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요. 저 같은 사람도 장관 자리까지 올랐는데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는 더 무궁무진하죠.”
윤진숙 장관의 단골집 바다회상 서초점 수협이 운영하는 횟집…자연산 괴도라치 회 인기
바다회상은 수협중앙회 자회사인 수협유통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횟집이다. 회와 구이, 초밥, 조림, 튀김 등을 코스로 내는 것은 여느 횟집과 같지만 수협의 네트워크를 이용, 전국 각지에서 신선하고 질 좋은 횟감을 공급받는다. 음식은 계절과 그날그날 올라오는 횟감에 따라 매번 다르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괴도라치 광어 도미 민어 등 여러 가지 회를 맛볼 수 있다. 바다회상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자연산 괴도라치 회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강원 속초와 고성 앞바다의 수심 20~30m 암반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잡히는 양도 적고 양식도 불가능하다. 전복과 미역 등을 먹고 사는 괴도라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식 코스는 1인당 5만~12만원까지 있다. 모든 코스에는 5~6종류의 회가 적절히 섞여 나온다. 식당 중앙에 대형 수족관이 있어 횟감을 손님이 직접 고를 수 있다. (02)3478-0631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자신을 ‘비주류 인생’이라고 말한다. 20대에는 가고 싶었던 대학에 낙방, 지방대를 다녔고 30대엔 박사학위를 따고도 교수 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강사로 7년을 보냈다. 나이 마흔이 다 돼 처음으로 잡은 정규직 직장(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선 딱 둘뿐인 여성 연구원으로 조직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요즘 젊은 층이 당면하고 있는 학벌 콤플렉스, 비정규직 문제 등을 모두 겪은 셈이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순수 연구원 출신으로는 처음 해양수산부 수장에 오른 그는 여전히 몸을 낮추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양이 몸에 밴 듯했다. 하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며 4시간여 얘기하는 동안 서서히 진가가 나타났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에 해양수산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은 왜 그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낙점받았는지 느끼게 해줬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어눌함 때문에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청문회 이후 “오기로 버텼다”
윤 장관이 단골집으로 소개한 곳은 서울 서초동의 ‘바다회상’.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로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수산물을 홍보하려고 이곳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메뉴는 민어회. 알을 밴 7~8월이 제철로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전남 신안군에서 잡아 올린 분홍빛 민어가 상에 올랐다. 기름지면서 담백한 맛이었다.
윤 장관이 지난 2월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말 그대로 ‘깜짝 인사’였다. 윤 장관 본인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올해 초 한 토론회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중요한 분이신데 인사를 미리 드려야 할 것 같다’며 명함을 건네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색하게 웃어 넘겼죠. 아마 그분은 사전에 대통령으로부터 언질을 받았던 것 같아요.”
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했다. 2007년 해수부 폐지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을 당시 논리정연하게 반대한 것을 박 대통령이 눈여겨본 것 같다고 기억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윤 장관을 유명 인사(?)로 만든 국회 인사청문회로 흘렀다. 윤 장관은 지난 4월 국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해 ‘몰라요 장관’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는 “학자들은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며 “너무 구체적이고 세세한 수치를 물어보는데 멋지게 포장해서 둘러치기보다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준비가 너무 엉성하다는 인상을 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준비 부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세, 다시 말해 청문회를 대하는 마인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순순히 시인했다. “제가 흥분을 안 하는 성격인데, 그때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어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됐거든요. 청문회 후반에는 너무 기분이 상해 일부러 ‘모른다’고 말을 해버린 적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저 솔직하게만 대답한다고 생각해 정무적 감각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이죠.”
청문회 뒤에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진숙아. 신문 절대로 보지 마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질 부족을 탓하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때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할 생각도 했다.
“무척 괴로웠어요. 내가 왜 이 비난을 듣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어차피 망신당할 것 다 당했는데 더 나빠질 것도 없겠다 싶었어요. 기왕 들어선 길 멋지게 해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습니다.”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가시적 성과 내겠다
과연 이날 윤 장관은 청문회 때와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투에 좌중을 둘러보는 표정도 당당했다. 인터뷰에 나선 옷차림도 세련된 느낌을 줬다. 흰색 블라우스에 화사한 분홍색 재킷이 조화를 이뤘고 붉은 색 뿔테 안경과 진주 목걸이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친구들조차도 청문회 때 제 모습이 너무 촌스러웠다고 핀잔을 주더군요. 그래서 남대문에서 안경도 사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좀 썼습니다. (웃음)”
윤 장관은 취임 후 6개월 안에 해수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외부 출신으로 조직을 손쉽게 장악하겠다는, 일종의 ‘군기 잡기’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았다. 그 발언은 아직도 유효할까.
“아닙니다. 큰 폭의 인사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취임 후 각 국장들에게 꼭 달성해야 할 과제들을 줬고, 지금까지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힘든 일이 많은데 생각보다 잘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맡겨 놓은 일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언제든 생각을 달리할 여지는 남겨 두려고 합니다.”
민어 다음으로 나온 회는 이름도 생소한 괴도라치. 전복을 먹고 산다 해서 전복치라고 불리지만 사실 원래 이름은 괴도라치다. 양식이 없는 100% 자연산이어서 바다의 싱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쫀득쫀득하고 담백해 한 번 맛본 사람은 다른 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윤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뭘까. “첫째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 일정을 확정하고, 다음달 15일 첫 출항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운임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된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를 양국이 공동으로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도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인생은 긴 마라톤…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윤 장관의 원칙과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별명은 ‘마녀’다. 연구원 시절 산업단지를 짓기 위한 해안 매립에 강력 반대하면서 붙여졌다. 그는 해안 매립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갯벌이 사라지는 등 환경적인 측면이 가장 큰 이유지만, 매립지를 사들인 사람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너무 앞장서서 반대를 하다 보니 욕도 많이 먹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윤 장관은 모범생 스타일이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반드시 횡단보도를 건너야 직성이 풀린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열과 성을 다해 강의했고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았다. 그는 “학점을 후하게 주는 것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학문적 깊이를 더하고, 시간도 엄격하게 지키니 학생이 자연스럽게 몰렸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재산은 국무위원 중 가장 적은 1억6525만원이다. 2006년식 쏘나타 승용차(908만원)와 1억5617만원의 예금과 보험 등이 전부다. 재테크를 해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원래 돈복도 없고, 일하느라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며 “죽을 때 돈을 싸들고 가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도 충분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마지막은 민어 매운탕이었다. 도톰한 민어살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배는 부르지만 시원한 국물에 밥을 한숟가락 말았다. 이제 자리를 뜰 시간이다. 윤 장관은 소주를 한 병 정도 비웠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유례 없는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뭐냐고….
“산(역경)이 나타나면 어떻게든 넘어가야 합니다. 중간에 조금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산을 못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실망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요. 어떤 일이라도 10년 정도는 매달려봐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요. 저 같은 사람도 장관 자리까지 올랐는데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는 더 무궁무진하죠.”
윤진숙 장관의 단골집 바다회상 서초점 수협이 운영하는 횟집…자연산 괴도라치 회 인기
바다회상은 수협중앙회 자회사인 수협유통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횟집이다. 회와 구이, 초밥, 조림, 튀김 등을 코스로 내는 것은 여느 횟집과 같지만 수협의 네트워크를 이용, 전국 각지에서 신선하고 질 좋은 횟감을 공급받는다. 음식은 계절과 그날그날 올라오는 횟감에 따라 매번 다르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괴도라치 광어 도미 민어 등 여러 가지 회를 맛볼 수 있다. 바다회상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자연산 괴도라치 회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강원 속초와 고성 앞바다의 수심 20~30m 암반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잡히는 양도 적고 양식도 불가능하다. 전복과 미역 등을 먹고 사는 괴도라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식 코스는 1인당 5만~12만원까지 있다. 모든 코스에는 5~6종류의 회가 적절히 섞여 나온다. 식당 중앙에 대형 수족관이 있어 횟감을 손님이 직접 고를 수 있다. (02)3478-0631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