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중심지인 에미뇌뉘 광장의 한국문화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본떠 지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이스탄불 중심지인 에미뇌뉘 광장의 한국문화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본떠 지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스탄불을 통째로 빌렸다.”

31일부터 내달 22일까지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전역에서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이하 이스탄불-경주엑스포)’ 행사가 열린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주제로 실크로드 종착점이자 동서양이 교차하는 이스탄불 곳곳에서 한국 등 세계 40여개국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다. 드라마에서 비롯된 한류를 ‘한류 1.0’, 한국 가수들의 K팝 열풍을 ‘한류 2.0’이라고 한다면 한국 고유의 멋과 전통을 포함하는 ‘K컬처’로 ‘한류 3.0’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이스탄불 한복판에 들어선 불국사

이번 행사는 1500만명이 넘는 이스탄불 시민은 물론 터키를 찾는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이스탄불은 연간 1100만여명이 찾는 세계 5위의 관광 도시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경계로 유럽 지역과 아시아 지역으로 나뉜다. 유럽 지역은 다시 금각만(Golden Horn)을 사이에 두고 신·구시가지로 구분된다. 금각만을 잇는 ‘갈라타 다리’를 따라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넘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에미뇌뉘 광장’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200만명이 넘는 이스탄불 시내 중심 지역이다.

현재 에미뇌뉘 광장에는 불국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바로 한국문화관이다.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본떠 만든 건물로 한국과 터키의 인연을 소개하는 연(緣), 신라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펼치는 멋(美),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기(氣), 한국 전통의 흥겨움과 정보기술(IT)이 만나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흥(興), 한국과 터키의 우정을 확인하는 다큐영상관 정(情)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개막식이 열리는 장소는 터키의 상징과도 같은 ‘아야소피아(성 소피아 성당)’ 앞 광장이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쯤 되는 곳이다. 31일 오후 8시(현지시간) 한국·터키 합동공연단 60여명이 출연해 양국의 우정을 담은 공연물 ‘오랜 인연, 꽃이 되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 다음날 이곳에선 ‘한국의 소리 길’이란 이름으로 박범훈(총지휘) 김일륜(가야금) 김덕수(사물놀이) 안숙선(창) 서경욱(독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협연으로 한국 공연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폐막식 역시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

이스탄불 신시가지 중심가인 탁심 광장과 이스티클랄 거리에선 엑스포 기간 동안 매일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신라의 기상 영광 예술을 주제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탁심 광장에선 태권도 시범단과 비보이 공연도 열린다. “이스탄불을 통째로 빌렸다”는 경주세계엑스포 사무국의 큰소리가 ‘허언(虛言)’이 아닌 셈이다.

◆K팝 콘서트도 열려

전시회와 각종 문화 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먼저 탁심 광장 인근의 탁심 공화국 갤러리에선 구본창 이갑철 박종우 김중만 강운구 육명심 오형근 서헌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8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12개 국가의 25명 작가가 참여한 아시아 현대 미술 작가전과 승효상 건축전, 박대성 회화전 등도 예정돼 있다.

삼국유사의 화랑과 도깨비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공연 ‘플라잉’과 선덕여왕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뮤지컬 ‘신국의 땅 신라’, 한·터키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 등도 열린다. 터키 젊은 층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은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 공연장 ‘윌케르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K팝 공연이다. 슈퍼주니어 FT아일랜드 엠블랙 비스트 미쓰에이 에일리 등이 출연한다.

김기덕 이준익 감독과 배우 한가인 박중훈 씨 등 한국 영화인이 대거 참여하는 한·터키 영화주간과 소설가 이문열 씨가 참석하는 한·터키 문학심포지엄, 한국문화재특별전, 터키 참전용사 감사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열린다.

표재순 이스탄불-경주엑스포 총감독은 “고대 동서를 이었던 실크로드를 매개로 오스만제국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을 천년 고도 경주의 찬란했던 문화로 수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스탄불=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