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부산물'이 멋진 그릇으로…식탁에도 올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생태산업단지(EIP) 구축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EIP 사업은 기업의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폐기물 등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2005년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9개 지역, 46개 산업단지가 참여하고 있고 업체 수로는 1139개에 달한다. 단지 내 기업들이 공생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활용하는 것은 참여기업 모두에 도움이 된다. 전북에 있는 한 신재생에너지 업체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석영도가니 부산물을 도기 제조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산업쓰레기’로 만든 그릇은 지난달부터 시중에 판매돼 식탁에 오르고 있다.

금성상공이라는 업체는 제면 제조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생균제를 개발해 사료회사에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열병합시설과 황산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이산화탄소와 시간당 50~80의 스팀(열)을 한국제지 온산공장에 공급한다.

한국제지는 공급받은 이산화탄소로 종이색상 충진제로 쓰는 경질탄산칼슘을 생산하고 스팀을 연료로 이용한다. 양사의 ‘스팀 네트워크’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한국제지는 연간 200억여원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게 됐고, 고려아연도 연간 6만4000여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 온실효과 방지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서 폐수처리를 하는 KG이티에스(사장 이정섭)는 2년 전부터 인근 판지제조업체인 삼보판지에 폐기물 소각장에서 발생한 열과 공정용수로 만든 증기를 공급하고 있다. 삼보판지는 매일 200가량의 증기를 받아 펄프 압착 작업을 한다. 모든 작업을 마친 스팀 응축수 온도는 175도. KG이티에스는 기체 상태의 이 응축수를 지하 회수관로로 받아 열교환기로 열만 빼낸 뒤 다시 보일러 공정용수로 쓴다.

이 같은 응축수 폐열회수 공정작업에 투입된 비용은 5억8000만원이다. 이 중 산단공이 6000만원을 지원했다. 설비 가동 1년 만에 온실가스는 연간 810 감축했고, 공업용수 사용량은 7만3000을 줄였다. 연료절감비, 하수도 사용비, 탄소배출권 획득량 등을 연간 금액으로 환산하면 7억원가량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년 만에 투자비용(5억2000만원)을 뽑아낸 셈이다.

이 밖에 여수산업공단에서는 폐인조대리석을 분쇄·열처리해 도자기 원료 등을 생산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하는 등 전국 산업단지에서 EIP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단공은 ‘오염원 배출의 주범’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던 일부 업체가 EIP 조성사업을 통해 친환경 녹색업체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5년부터 15년간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EIP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총괄 정책을 수립하고 산단공이 기획 및 예산관리와 지역사업단 성과관리를 맡고 있다.

산단공 녹색사업팀 관계자는 “사업 시행 이후 연간 700억원대의 오염물 처리비를 절감했고 재활용품 및 잉여스팀 판매 등으로 990억원의 신규 매출까지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 EIP

Eco Industrial Park.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을 말한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재사용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사업이다. 2005년부터 전국 9개 지역과 46개 산업단지에서 시행 중이며 1139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