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에 발목잡힌 '부동산 법안'
“여유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더 사도록 만들어야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야당의 반대로 4년째 표류 중입니다. 새 대책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약속한 것부터 착착 실행해야 정책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 세 번째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난 28일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같이 말했다. ‘8·28 전·월세 안정 대책’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중단을 골자로 한 ‘4·1 부동산 대책’과 수도권 주택 공급 축소를 포함한 ‘7·24 후속 조치’에 이어 정부가 내놓은 카드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주택 거래 감소와 전셋값 상승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개업소들은 거래 부진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박 대통령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 (오른 만큼의) 차액을 월세로 돌린 가정은 가장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정부가 파격적인 저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 금융·세제 지원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내놓은 4·1 대책에 포함된 정책들이 얼마나 실행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서 얻은 시세 차익에 ‘징벌적인 세금’을 물리는 ‘양도세 중과’의 폐지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 운용 등은 ‘대책의 단골손님’이다.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에 번번이 막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어서다.

두 법안은 주택 매수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여당과 정부는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입법화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는 “오르는 전셋값과 떨어지는 집값을 잡겠다”며 27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시장 정상화에 필요한 규제 완화 대책들이 입법화에 실패해 전셋값과 집값,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대책 발표’보다는 입법화란 ‘실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민생정당’을 부르짖으면서 ‘서민-부자 프레임’에 갇혀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야당도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시장만큼 서민과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