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오른쪽)가 자신에게 너클볼을 사사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필 니크로를 초청해 작년 8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국프로야구를 관전하는 모습. 뉴시스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오른쪽)가 자신에게 너클볼을 사사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필 니크로를 초청해 작년 8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국프로야구를 관전하는 모습. 뉴시스
‘서울대 총학생회장, 3000억원대 청년 재벌, 소셜커머스업체 창업, 고양원더스 구단주, 미국 야구 독립구단 투수로 입단….’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37)가 독특한 이력을 추가했다. 29일 고양원더스는 허 구단주가 미국 캔암리그의 록랜드 볼더스에 정식 선수로 입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허 구단주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창업한 소셜커머스 회사인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대표에서 물러났다. 허 구단주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으로 ‘청년 재벌’에 올라선 뒤 소셜커머스업체를 설립, 운영해왔다. 그런 그가 미국 야구단에 정식 입단하게 된 건 그의 지독한 야구 사랑 때문이다.

허 구단주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골수팬을 자처하는 서울대 야구부 투수 출신이다. 어깨를 다쳐 선수로 활동할 수 없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성공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에서 318승을 거둔 ‘전설의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를 끈질기게 설득해 직접 투구법을 배웠다. 그렇게 8년을 연마한 끝에 그는 너클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다.

너클볼은 구속은 느리지만 변화가 심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들다. 작년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R A 디키가 대표적인 너클볼 투수다. 허 구단주의 볼을 직접 받아봤다는 위메프의 한 직원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공만큼 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허 구단주는 작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캠프에 도전하기도 했다.

허 구단주가 뛰게 될 켄암리그는 미국 독립리그 중 하나로, 마이너리그 싱글A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6년 창설된 이래 2005년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며, 뉴욕시 인근 3개 팀과 캐나다 동부 2개 팀, 총 5개 팀이 연간 100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는 “원더스 선수뿐 아니라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더 높은 무대를 위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허 구단주는 평소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너클볼이 나의 도전적 삶과 닮았다”고 말해왔다. 그는 서울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허 구단주는 대학 졸업 이후 여러 번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해 28세 때 30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 하지만 계속된 도전 끝에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을 성공시켰고, 2008년 넥슨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3000억원이 넘었다. 그는 게임업체를 매각하고 미 버클리음대로 유학갔다. 이후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고, 위메프를 창업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그는 위메프 대표를 사임했지만 위메프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모회사 원더홀딩스의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 외에도 원더피플(애플리케이션 제작), 에이스톰(게임), 고양원더스 등의 1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