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을 주장하던 서방국의 강경 기류가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영국 의회는 시리아 군사 제재안을 부결시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단독으로 군사 공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의 결정을 지켜봤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심 이익이 위태로운 상황이며 국제사회의 화학무기 규범을 어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과의 공조 없이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은 소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연합 작전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엔 화학무기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철수한 뒤 곧바로 미국이 공습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조사단은 31일 시리아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 하원은 29일 정부의 시리아 제재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벌여 반대 285 대 찬성 272로 부결시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시리아에 대한 공격 명령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시리아 반군 지도자와 만나 “시리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날 “시리아 정부군에 대해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에 비하면 강도가 약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역시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이틀째 회의를 열고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리아 공습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