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일종의 게임이다. ‘다크나이트’에도 이런 연애의 게임이 등장한다.

배트맨에게는 사랑하는 여성이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할 분)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하비 덴트)의 연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선 죄수의 딜레마를 풀어나가는 ‘우월전략’도 소용이 없다. 연애는 상대방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이 일반적으로 최적의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내시균형’이다. 상대방의 전략에 따라 최적의 대응을 찾는 방법론이다.

레이첼
레이첼
<그림 3>
은 배트맨이 레이첼에게 고백했을 때와 체념했을 때 효용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배트맨은 자신의 고백을 받아들이더라도 레이첼이 갖는 기쁨(효용)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배트맨만큼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백을 거절할 경우 레이첼의 효용은 급감한다. 배트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배트맨은 ‘고백’과 ‘체념’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배트맨이 체념한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효용은 0이 된다. 반면 고백을 할 경우 레이첼의 대답에 따라 효용은 크게 차이가 난다. 받아들이면 10이라는 큰 효용을 얻지만 거절한다면 -10이라는 최악의 효용을 얻는다.

배트맨은 끝내 고백하지 못한다. 친구 사이인 레이첼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섣부른 고백보다 더 낫다고 판단한 것. 이 선택은 내시균형 이론에도 부합한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