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 결정의 공을 의회로 넘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연설을 통해서다. 시리아 공격에 대한 미국 정치권 내 찬반 논쟁이 최소한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불안한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5주년을 맞은 9월에 5년 전 악몽이 일시적으로나마 재현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시리아 공습, 9일 이후로…시장 불확실성 커졌다

○전쟁보다 불확실성이 더 두렵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지난 주말 이전에 개시될 것으로 봤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자국민 1400명을 살상한 정황이 속속 포착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짧은 미사일 공격이 이뤄지고 나면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유가는 안정되고 주가도 상승 반전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를 공격할 준비는 돼 있지만 먼저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발언한 이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소 보름 이상 이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여름 휴회 중인 미국 의회는 오는 9일에나 다시 문을 연다. 개회 후 찬반 토론과 투표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9월 중순 이후에나 군사 작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때마다 실제 작전이 벌어지기 전에 유가가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다가 작전이 시작된 뒤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2011년 3월 리비아 공습 직전에도 배럴당 85달러였던 유가가 110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실제 공격이 시작되자 유가는 하락하고 주가는 반등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에도 똑같은 패턴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전쟁 자체보다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시리아 사태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중국과 러시아가 일단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고, 유럽에선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프랑스가 공습에 동참 의사를 보인 반면 혈맹 영국은 발을 빼면서 난처한 처지가 됐다.

○줄줄이 예정된 시장 불안 요소

더 큰 문제는 9월에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는 17~18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양적완화 출구전략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미국 채권 금리는 이미 몇 달째 오름세를 보이고 신흥국 통화 가치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9월 미국 의회에서는 또 내달 중순에 한도가 소진되는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놓고 한바탕 예산 전쟁도 치러야 한다. 22일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운명을 가를 독일 총선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쟁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리아와 이란, 러시아가 미군의 군사 개입에 무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시리아 공습 이후 유가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당분간 시장을 무겁게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