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체포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국내 송환이 늦어지면서 SK그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변론기일이 곧 끝날 것으로 보여 김 고문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심문이 무산돼 최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최 회장도 김 전 고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해 왔으며 김 고문이 지난 7월 체포된 뒤에는 재판부에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신청했다. 이 신청은 재판부가 지난달 변론을 재개하며 기각했다.

특히 SK그룹은 김씨가 이달 말께 국내 송환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 애를 태우는 분위기다. 재판부가 최 회장에 대한 변론을 재개하기 전인 이달 13일을 선고기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법에 따르면 김 전 고문처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을 경우 최장 2개월간 구금되기 때문에 7월31일 체포된 김원홍 씨는 늦으면 이달 말에야 한국 송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당장 내일 귀국한다 해도 증인으로 체택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김 전 고문이 조기에 송환돼도 법정에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최 회장에 대한 변론 재개도 당초 재판부가 안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한다고 바꿨기 때문에 증인신청에 대한 기각을 번복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SK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선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절차를 취해달라는 것”이라며 “최 회장의 변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심문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일 현재 수감생활이 만 7개월을 넘긴 상태다. 국내 대기업 회장의 수감기간 가운데 최장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