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감사원의 지배구조 개편과 별개로 감사원의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감사 기간과 한 기관에 대한 중복감사, 미온적인 피해구제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 감사는 최소화하고 정부 회계감사와 비리적발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감사 범위ㆍ기간 명확히 설정해야

[위기의 '빅 브러더' 감사원] '감사=실적' 연결 정책감사 부작용…회계·비리적발에 집중해야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감사원 정책자문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원의 감사 범위는 무한정으로 넓어질 수 있다”며 “감사원법에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실태’ 감사를 예로 들며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사립대학 총장의 판공비까지 뒤지는 식의 감사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학들은 감사원이 거의 한 달 동안 상주하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연세대의 경우 감사원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며 감사원과 맞서기도 했다.

늘어지는 감사 기간도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지적받는 사항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원의 평균 감사처리 기간은 건당 172일에 달했다. 예비감사 후 본감사, 감사종료 후 처분요구, 감사위원회 심의 후 확정까지 반 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대형 공기업의 경우 성과평가, 재무관리평가 등 이름만 바꿔서 감사원이 상시감사를 벌이는 것도 문제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A씨도 “감사권한의 남용으로 피감기관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며 “국회 법사위 등을 통한 외부 견제와 함께 감사원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허울뿐인 피해구제도 개선돼야

형식적인 재심의 청구와 ‘나 몰라라’식의 피해구제 역시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내린 처분요구 2731건 중 피감기관의 재심의 청구는 46건으로 1.7%에 불과했다. 2008년 이후 재심의 청구비율은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봐야 승산이 낮은 데다 자칫 감사원에 찍힐까 두려워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해도 1년이 넘도록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로 인해 징계처분을 받은 임직원 상당수는 명예회복도 하지 못하고 옷을 벗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과잉감사로 인해 일선 공무원의 반발이 큰 만큼 실적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피감기관의 건의사항을 청취하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감사원이 논란의 소지가 많은 정책감사는 대폭 줄이고, 부처의 회계감사와 비리적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장급 간부는 “정부 출연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하다보면 기금의 용도외 사용 등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여전히 많다”며 “감사원은 국가 예산의 낭비, 회계부정, 공무원 비리 적발 등 본연의 업무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감사의 방향도 실적쌓기용 사후적발보다는 사전 컨설팅 중심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한 증권사 감사는 “감사원은 정책결정 과정에 절차상 하자나 위법 요소가 없는지를 각 부처로부터 사전에 의뢰받아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 오피스(준법감시부서)’로 기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이정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