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격에 대해 의회 사전 승인을 받겠다는 카드를 내밀자 미국 의회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 백악관과 ‘예산 전쟁’을 해야 하는 공화당은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매체인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의회가 여름 휴회를 끝내고 9일 개회해 이 사안을 논의하기 시작하면 공화당 대 공화당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은 이미 시리아 군사 공격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2016년 공화당 대권 유력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랜드 폴 상원의원은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의회에서 시리아 공격 결의안이 무산되면 미국 대통령과 외교 정책에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들은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시리아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의회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상·하원 관련 상임위원장단과 회동을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 등 5개 방송에 출연해 “화학무기 참사 당시 응급조치 요원들이 확보한 머리카락 및 혈액 샘플을 분석해 사린가스가 사용된 사실을 알아냈다”고 군사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린가스는 1995년 3월 발생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맹독성 신경가스로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킨다. 케리 장관은 또 화학무기 참사를 일으킨 시리아를 내버려두면 화학가스 등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이란과 북한 등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수집한 화학무기 사용 여부 관련 증거·자료에 대한 분석을 빠르게 끝내라고 독려했다. 조사단이 1차 분석 결과를 내놓는 데 2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