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아니다. 미국 주식은 저평가돼 있다.”(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미국 경제학계의 거물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진단을 놓고서다. 미국 부동산시장을 보는 대표적 지표인 ‘케이스실러지수’로 유명한 실러 교수와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꼽히는 ‘투자의 미래’를 쓴 시걸 교수가 주인공.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두 경제학자의 논쟁을 소개했다.

논쟁의 중심에는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Earning multiple)지수가 있다. 실러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근 10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한 것이다. 그는 CAPE지수의 현재 값과 100년 이상의 장기 평균값을 비교해 주가가 고평가 혹은 저평가돼 있는지를 판단한다. 현재 CAPE지수가 장기 평균보다 높을 경우 주식시장이 과열돼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주가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중간값으로 회귀하는 성질이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실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CAPE지수는 장기 평균보다 62% 가량 높다.

시걸 교수가 반박에 나섰다. 그도 CAPE지수를 이용한 주식시장 분석에는 동의한다. 단지 실러 교수가 잘못된 근거로 CAPE지수를 산출했다는 주장이다. 실러 교수는 S&P500에 상장된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자료를 기준으로 CAPE지수를 계산한다. 시걸 교수는 “1973년 GAAP(일반회계기준)가 처음 도입된 이후 여러 번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기업들이 제출한 수치로 CAPE지수를 계산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GAAP는 감가상각을 수익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배제하고 CAPE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 시걸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CAPE지수는 장기 평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두 교수의 논쟁은 금융계 전체로 확산됐다. 시걸 교수 지지자들은 “실러 교수는 2010년부터 꾸준히 주식시장이 고평가됐다고 주장했는데, 그 사이 S&P500지수는 거의 두 배 뛰었다”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를 옹호하는 앤드루 랩토른 소시에테제네랄 분석가는 “감가상각을 제하고 계산해도 미국 주식시장이 과열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