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명단을 처음으로 확보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확보한 267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3남 선용씨, 30대 그룹 대기업 오너와 그 일가, 임직원 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3일 서울 수송동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관련된 400기가바이트 규모의 방대한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문건에 있는 한국인 405명 중 267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39명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입수한 문건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이름과 설립자 및 주주명, 이메일 주소와 오고간 문건에 대한 정보 등이 들어 있다.

신원이 확인된 267명 중 기업인 및 그 가족과 임직원이 188명으로 70.4%를 차지했다. 이들과 별도로 해외 거주자가 28명, 부동산업자가 17명이었고 직업이 없는 사람도 25명에 달했다. 김 관리관은 “이번에 입수한 자료에는 지난 5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문서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인물 중에는 전재국 씨, 김선용 씨뿐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30대 그룹 대기업 오너와 일가족도 있다”고 확인했다.

김 관리관은 “탈세 혐의가 포착된 39명 중 11명에게는 이미 714억원을 추징했고 나머지 28명도 조사 중”이라며 “역외탈세 추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