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증권학회장이 ‘주식에 오랜 기간 돈을 묻어두면 투자에 성공한다’는 식의 ‘장기투자 낙관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김창수 한국증권학회장(연세대 경영학부 교수)은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장기투자 성과’ 논문에서 “내재가치가 높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무모한 장기 주식투자 전략을 지양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가 중간에 있으면 ‘장기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가설이 지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학회장이 1980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월별 코스피지수 등락률과 콜금리 변동을 이용해 계산한 ‘보유기간 수익률’ 자료를 보면 포트폴리오의 주식비중을 100%로 구성해 총 20년(마지막 1년은 채권에만 투자)을 투자했을 때 평균 수익률은 연 6.9%였다. 그러나 투자기간을 10년과 5년으로 줄이면 평균 수익률이 각각 연 9.1%, 연 8.5%였다.

장기투자할 때 주식비중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좋을 것이란 인식도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총 투자기간을 10년(마지막 2년은 채권에만 투자)으로 잡았을 때 주식비중이 100%인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연 8.8%였다. 하지만 주식 25%, 채권 75%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연 9.5%로 조사됐다.

김 학회장은 앞으로도 장기투자 전략이 높은 수익률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주가는 종국적으로 장기 경제성장률에 수렴하는데 국내 주식시장이 극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며 “막연한 장기투자 전략에 근거하지 말고 수익률과 위험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