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김 "신흥국 자금이탈 지속…한국은 영향 적을 것"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을 줄일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

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NYLIM) 최고경영자(CEO·52·사진)는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끝내기 위한 정책적인 동기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5월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뒤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및 한국과 관련해서는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미국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채권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Fed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12월에는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은 커질 것이지만 채권 금리가 폭등하는 등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은 낮다. 금융투자업계에 30여년간 몸담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관습적인 믿음은 언제나 틀린다’는 사실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7월 말 이후 2배 가까이 뛰었다. 모두가 금리 급등을 예상하면서 채권 금리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Fed가 성공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를 언제로 예상하고 있나.

“Fed의 금리 인상은 실물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이후에 단행될 것이다. 아직은 멀었다. 2015년 말 이후에나 단행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단기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중장기 금리는 소폭 상승 후 등락을 반복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적인 필요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바로 그렇다. Fed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채권을 사들이면서 보유하게 된 채권 규모가 3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데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계속 보유한다면 20~30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많은 규모다. 시급히 나설 수밖에 없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당분간 신흥국 자금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폭이 큰 국가들, 특히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자금유출로 인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현실화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다만 신흥국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Fed가 어느 정도 고려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내실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경제지표 개선뿐만 아니라 세 가지 장기적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먼저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무역 적자는 줄고 제조업 경쟁력은 상승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이전보다 미국 기업들이 더 자주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파괴적 기술’을 내놓으며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다. 세 번째는 신흥국 경제 성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 견고한 수요처가 될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미국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미국 내에서 한국인은 영리하고 대단히 부지런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장점을 충분히 잘 살려야 한다.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아시아인은 본인 업무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