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된 주식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새 회사 주식으로 바뀌었다면 다시 명의신탁된 것이므로 증여세를 또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권모씨(48)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권씨는 김모씨로부터 비상장법인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주식 7140주를 명의신탁받아 보유하고 있었다. 2005년 이 회사가 코스닥 상장사 팬텀에 합병돼 자회사가 되면서 권씨는 기존 주식 1주당 팬텀 신주 6.1639주의 비율로 주식을 교환(포괄적 주식 교환)해 받았다. 이에 세무당국이 명의신탁 관계가 새로 생겼다며 7억1652만원의 증여세를 물리자 소송을 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주식 등이 명의신탁된 사실이 드러나면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1, 2심 재판부는 “새로운 명의신탁이 아니다”며 권씨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정반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취득해 명의개서를 마친 이 사건 주식은 종전의 명의신탁 재산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주식 7140주와는 별도로 원고가 김씨로부터 새로 명의신탁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