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4일 오전 7시13분

ING생명 인수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해온 신한은행과 MBK파트너스의 관계가 미묘한 기류에 휩싸였다. 신한은행이 인수합병(M&A) 인수금융(대출)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두 번이나 깨뜨렸기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부 검토 결과 MBK의 ING한국법인 인수금융(대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신한은행을 비롯 국민은행,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 네 곳이 각각 2000억원씩 총 8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충당하기로 했다. 결국 대출확약서(LOC)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민은행(3000억원), 하나대투증권(3000억원), 우리투자증권(2000억원) 등 세 곳이 써줬다.

신한은행은 올초에도 MBK의 네파 인수를 돕기 위해 4800억원의 LOC를 써주기로 했지만 본계약 체결 전날 포기했다. 신한은행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MBK에 대한 기존 대출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이 두 번이나 펑크나자 금융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 MBK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병주 MBK 회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해 듣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MBK의 C&M 인수금융을 신한은행이 독자 주선한 뒤 5년간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서먹한’ 기류가 형성된 셈이다.

둘 사이가 불편해진 사이 반사 이득은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 계열 금융회사들이 챙겼다. 대출금을 제 2금융권에 재분배(셀다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서다. ING생명 인수금융은 5년 만기에 6% 안팎의 금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1조원 규모 주식인수 자금이 후순위로 인수금융을 뒷받침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셀다운 물량을 받아가겠다는 제 2금융권 금융사들이 줄을 섰다”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그룹에서는 계열사 간 대출 경쟁이 과열될 정도”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