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실채권 투자 열기] 부실채권의 '마법'…저금리시대 복음인가, 제2의 개미지옥인가
부실채권(NPL·경매 부동산의 저당권) 투자는 잘 하면 ‘대박’을 가져다준다. 3개월 만에 4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NPL이 은행과 자산관리회사(AMC)를 거치면서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NPL에 투자하려는 개인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거나, NPL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잘 하면 고수익에 절세까지 가능

은행은 돈을 빌려준 뒤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담보를 잡는다. 담보는 건물이나 공장, 주택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담보를 잡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한도(채권 최고액)는 보통 대출금의 130%다. 연체 이자 등을 감안해 넉넉히 잡는다. 10억원을 대출해줬다면 채권 최고액은 13억원가량이다. 이 차이가 NPL 투자시 수익의 기반이 된다.

만일 대출받은 사람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담보 물건을 AMC에 판다. 직접 경매에 부쳐 원리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 AMC에 넘기는 게 보통이다. AMC는 대개 채권액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담보 물건을 사온다.

AMC는 이 물건의 채권 채무 관계를 단순화한 뒤 경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NPL에 투자하는 기회가 생긴다. 채권 최고액이 13억원인 아파트(대출금 10억원)가 AMC에 넘겨져 경매로 나왔다고 치자. 다른 채권 채무 관계 때문에 경매는 몇 번 유찰돼 최저 응찰가격이 11억원까지 떨어졌다. 시세는 12억원가량. 따라서 이후 입찰은 유찰될 가능성이 낮다.

이때 투자자 K씨는 AMC와 따로 접촉해 11억원에 이 물건의 채권(저당권)을 사들일 수 있다. 이후 K씨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는 것이 첫 번째다. K씨가 가진 채권의 최고액은 13억원. 이를 입찰가로 쓰면 낙찰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낙찰받는다면 낙찰가와 채권액이 같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내지 않고 아파트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담보 설정이 해제된 이 아파트를 다른 투자자에게 시세대로 12억원에 팔아 1억원을 벌 수 있다. 연 36.3%의 고수익이다.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이 아파트가 12억원에 다른 사람에게 낙찰됐다면 K씨는 최대 채권 최고액(13억원)만큼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낙찰가는 채권 최고액에서 1억원 모자라지만 12억원을 받아도 채권 매입가격(11억원)과 비교해 1억원의 수익이 난다.

투자금을 금방 회수할 수 있는 데다 양도소득세 등을 내지 않아 유리하다. 이런 사례가 생기면 “NPL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나왔다”는 입소문을 타며 ‘대박 신화’로 미화되고는 한다.

◆정확한 분석 없이는 손실 가능성도 커

이런 투자법이 알려지면서 NPL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 1477건에 불과하던 NPL 주택 물건은 지난해 1만2299건까지 늘었다. 대부분 개인이 NPL 주택을 낙찰받은 점을 고려하면 최소 수만명이 NPL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NPL 투자가 무조건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AMC로부터 11억원에 채권을 샀는데, 아파트가 10억원에 낙찰됐다면 1억원을 앉아서 손해보게 된다. 자신이 아파트를 낙찰받았다고 해도 투자금인 11억원보다 비싸게 팔지 못하면 역시 손실을 입는다.

따라서 AMC로부터 얼마에 채권을 사는 게 합당한지,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의 낙찰가는 얼마가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양석대 유암코 자산관리본부 부장은 “학원강사들이 소개하는 사례들은 과장된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담보 물건 가치에 대한 판단 능력과 기본적인 권리분석 능력이 없다면 NPL 투자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