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골드뱅킹 상품에 가입해 얻은 이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골드뱅킹을 금 실물거래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비과세 대상 상품에 해당한다는 첫 번째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6일 신한은행과 은행 고객 김모씨 등 111명이 서울 남대문세무서 등 세무서 33곳을 상대로 낸 세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골드뱅킹은 돈을 계좌에 입금하면 은행이 금 시세와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고객 계좌에 적립, 출금시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환산한 돈이나 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0.0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어 주목을 받아 왔다.

그동안 세무당국은 골드뱅킹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와 구조가 비슷해 이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배당소득에 해당한다며 은행에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가입자에게는 소득세를 각각 부과해 왔다. 신한은행과 가입자에게 부과된 세금은 총 168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골드뱅킹은 실물 금 거래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을 줄이면서 이와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라며 “실질적으로 실물 금 거래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세무당국이 항소를 포기해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과세 대상이던 2009년 1월1일 이후 가입한 사람이 낸 세금은 모두 환급될 전망이다. 또 골드뱅킹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무당국의 항소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골드뱅킹을 실물 거래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골드뱅킹 거래 과정에서 배당소득세가 제외되면 비과세 상품을 찾는 시중 여유자금이 더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