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발행 흥행 "일본 금융사에 물어봐"

마켓인사이트 9월6일 오후 3시46분

도쿄미쓰비시ㆍ미즈호ㆍ스미토모 등 일본 3대 은행을 포함한 일본 금융사들이 올 하반기 들어 국내 원화 회사채 시장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발행 흥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몇몇 우량 기업들은 일본 금융사들의 공격적 수요예측 참여 덕분에 금리를 낮춰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자금 유입을 예상하고 너무 낮은 공모희망금리로 수요예측을 했다가 실패하고 발행금리를 올리는 해프닝도 벌어지는 등 일본 금융사의 회사채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본 금융사 참여로 발행금리 ‘뚝’

롯데케미칼은 오는 12일 총 4000억원(3년물 1900억원, 5년물 21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5일 수요예측을 했다. 수요예측 참여율은 3년물이 1.37 대 1, 5년물은 0.76 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일본 금융사의 참여 여부가 희비를 갈랐다. 3년물 수요예측엔 미즈호 등 일본 금융회사 두 곳이 수요예측 참여자 중 가장 낮은 ‘국고3년+0.15%포인트 금리’로 1900억원을 받아가겠다고 신청, 전액을 배정받았다. 덕분에 롯데케미칼은 공모희망금리(국고3년 금리에 0.05~0.25%포인트 가산)의 중간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일본 금융사 참여가 없었던 5년물은 2100억원 발행에 1600억원만 수요예측이 들어와 미달됐다. 롯데케미칼은 수요예측 미달로 공모희망금리보다 발행금리를 더 높여 회사채 청약을 받기로 했다.

지난 7월 말 LG전자가 2, 5, 7년 만기로 총 4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일본 금융사가 국내 기관보다 0.1%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로 2년물 수요예측에 참여해 혼자서 1100억원을 모두 받아 갔다.

지난 8월6일 발행된 롯데알미늄 3년만기 회사채(500억원)도 일본 금융사 두 곳이 국내 기관보다 금리를 낮게 제시해 전액 받아 갔다.

○‘김치본드’ 만기 상환 재투자 시작

일본 금융사들이 올 하반기 들어 원화 회사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들이 2011년 상반기 이전에 투자했던 2~3년짜리의 이른바 ‘김치본드’(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본 금융사들이 김치본드 만기 상환 자금의 일부를 원화 회사채에 재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치본드는 2000년대 중ㆍ후반부터 도쿄미쓰비시 등 일본 3대 은행을 포함한 일본 금융사들이 집중 매입해 발행이 급증했으나 정부가 외환시장 교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발행을 금지했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부 관계자는 “일본 금융사들은 전통적으로 친숙한 롯데그룹 계열사는 물론이고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 기업일 경우 삼성 LG 등 대기업 계열사 회사채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만기도 2~3년짜리의 짧은 것을 선호하지만 안정성만 높으면 5년 이상 중장기물도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본 자금 기대하다 ‘체면 구긴’ 네이버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는 증권사들은 일본 자금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금융사는 일본에서 0%대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원화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다. 때문에 이들의 자금만 유치하면 금리를 크게 낮추는 등 회사채 발행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일본 자금 유치에 실패해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네이버는 오는 11일 3년만기 회사채 1000억원 발행을 위해 국고 3년물 금리에 0.20~0.30%포인트를 가산한 공모희망금리로 지난 4일 수요예측을 했다가 참패했다. 일본 금융사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모희망금리 수준을 낮게 제시했으나 이 범위 안에 들어온 수요예측 참여액은 전무했다.

일본 금융사는 투자심의위원회 부결로 수요예측에서 빠지고 국내 기관은 이보다 높은 금리를 희망해서다. 결국 네이버는 국내 기관 수요를 수용해 공모희망금리 상단보다 0.10%포인트 높은 ‘국고 3년물+0.40%포인트’를 발행금리로 결정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