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석기에 '여적죄' 적용 추진
공안 당국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사진)에게 형법상의 ‘여적(與敵) 혐의’ 적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 의원은 사흘째 국가정보원 조사에서 진술을 계속 거부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의원에게 여적죄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국정원과 검찰이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여적죄는 내란죄와 함께 형법상 가장 엄하게 처벌하는 외환죄(外患罪) 중 하나로 형법 93조(여적)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적과 맞섬)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란죄와 마찬가지로 예비나 음모, 선동, 선전한 자는 2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

여적죄 적용 추진은 재판 과정에서 내란음모죄 입증이 어려워 이 의원 등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공개수사 이후 ‘내란음모’(형법)와 ‘찬양·고무’(국가보안법)에 ‘내란선동’을 추가, 혐의를 확대했다.

여적죄를 적용하려면 이 의원이 북측과 접촉하거나 북측의 주의·주장에 동조하고 따르려고 한 점을 입증해야 한다. 북한을 적국으로 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간첩죄와 여적죄 모두 외환죄에 속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법 해석 시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반면 유동렬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국내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반국가단체여서 여적죄 적용은 힘들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열린 ‘RO’ 조직 비밀회합에 같은 당 김재연·김미희 의원이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국정원 경기지부는 이날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 의원을 경기지부로 호송해 사흘째 조사했다. 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기존 수사내용과 증거가 확실해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정원은 또 지난달 28일 국회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할 때 이를 방해한 통진당 관계자 27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