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이통 3社 긴장해"…쑥쑥 크는 '알뜰폰'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MVNO)이 가입자 2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통신 3사는 보조금 경쟁을 통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소모적인 경쟁만 반복하고 있다. 반면 알뜰폰은 매달 가입자를 늘려가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요금제와 독특한 서비스를 갖춘 알뜰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알뜰폰 업체들의 공통된 얘기다. 가입자가 늘고는 있지만 5400만명이 넘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3.7%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여전히 홍보와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불붙으면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다.

알뜰폰 200만명 시대


[Smart & Mobile] "이통 3社 긴장해"…쑥쑥 크는 '알뜰폰'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8월 말 현재 203만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0월 중순 100만 가입자를 모집한 지 10개월여 만에 추가로 100만 가입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알뜰폰은 통신망을 직접 깔지 않고 이동통신사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한다. 망 투자와 운영에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면서 요금은 30~40% 이상 저렴하다.

예컨대 SK텔링크는 SK텔레콤 상품보다 40.8% 저렴한 ‘3세대(3G) 망내 무제한’ 요금제를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았다. 유니컴즈의 3G·LTE(4세대 이동통신) 망내 음성무제한 요금제인 ‘우리끼리 70’은 39.5% 싸다. 에버그린모바일도 KT 요금제보다 36.4% 싼 LTE 망내·외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알뜰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재판매 형태로 일부 운영됐으나 인지도가 낮고 선불 서비스 위주여서 가입자 기반이 취약했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났다.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사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차별화된 서비스…유통망도 확대

차별화된 서비스는 알뜰폰이 거대 통신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무료 연극 관람 기회를 제공하거나, 주부들을 타깃으로 빵 교환권을 주는 독특한 요금제가 등장했다. 기본료 없이 쓴 만큼만 요금을 내는 요금제,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40% 싼 초당 1원 요금제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알뜰폰 업체들은 부족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단말기 수급을 위해 다른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은 오픈마켓인 ‘인터파크’와 단말기 소싱 전문기업인 ‘모비어스’와 협력을 구축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SK텔링크는 롯데손해보험과 손잡고 자동차보험료 결합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달 말께 시작되는 우체국 알뜰폰 판매는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국 220여개의 우체국에서 알뜰폰 판매가 이뤄지면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돼 소비자들이 알뜰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활성화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알뜰폰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비중이 10~20%에 달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수익을 제대로 내는 사업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래부는 알뜰폰을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 꼽고 있다. 지원 정책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이 이동통신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알뜰폰 업계는 망 도매대가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LTE 망 도매대가를 낮춰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제조사가 직접 유통하는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도 절실하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써가며 고가 단말기와 연계한 마케팅을 강화하면 알뜰폰은 설 땅이 없어진다”며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고 자급제 단말기를 활성화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통신사의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조금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알뜰폰으로 휴대폰 본인인증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확인 기관으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80억원, 기술인력 배치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이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