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는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힐튼호텔에서 제125차 IOC 총회를 열고 바흐 IOC 부위원장을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독일 출신인 바흐 신임 위원장은 세르미앙 응 IOC 부위원장(64·싱가포르), 우칭궈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회장(67·대만), 리처드 캐리언 IOC 재정위원장(61·푸에르토리코) 등 5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얻는 데 실패했으나 이어 벌어진 2차 투표에선 총 93명의 IOC 위원이 투표한 가운데 49표를 얻어 29표에 그친 캐리언 재정위원장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바흐 신임 위원장은 이날 “이번 선거 모토로 내건 ‘다양성 안에서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을 토대로 IOC를 이끌겠다”며 “IOC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화합을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8년간 세계 스포츠계의 수장을 맡게 된다. IOC는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막고자 1999년부터 위원장의 임기를 8년으로 제한했고 한 차례에 한해 4년 중임할 수 있도록 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2001년부터 12년 동안 IOC를 이끌어온 자크 로게 위원장(71·벨기에)은 이번 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바흐 신임 위원장은 119년 IOC 역사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위원장이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당시 서독 펜싱 대표로 출전해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올림피언’이다. 또 독일인으로는 처음 IOC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한 그는 뷔르츠부르크대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법학 박사학위까지 따낸 변호사이기도 하다. 1991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집행위원(1996~2000년), 부위원장(2000~2004년, 2006년~현재) 등 IOC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영어·프랑스어에도 능통하다. 바흐 신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IOC 총책임자로서 한국과도 밀접한 인연을 맺게 된다.
IOC 위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스포츠를 통해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스포츠계 대통령’이다. 전 세계 205개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이끌고 동·하계 올림픽 개최 등을 통해 올림픽운동을 주도하고 발전시키는 IOC의 총책임자다. IOC 위원장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후원사 선정, TV 중계권료 협상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위원장이 묵는 숙소에는 IOC기와 함께 위원장 국적의 국기가 게양되는 등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국빈 예우를 받는다. IOC 안에서도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와 집행위원회에서 의장을 맡는 위원장에게는 산하 분과위원회의 설립, 회의 승인 및 주재 등 폭 넓은 권한이 주어진다.
서기열/박병종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