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학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자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한의사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의사협회는 성명서에서 “전통의학 면허자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겠다는 비양심적 주장이자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8일 대한한의사협회가 회원총회에서 채택한 한의사선언문 내용 중 하나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문제 삼았다.

의협은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한의협을 존중하며 인내를 갖고 노력했지만 한의협의 비양심적인 요구에 일원화를 위한 노력을 중단한다”며 “한의사를 즉각 의료인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라”고 주장했다.

한의학계는 이에 대해 ‘의사협회 집행부가 바닥을 찍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태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노환규 의사협회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는 탄핵설이 나올 정도로 내부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추락한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화살을 한의학계로 돌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