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매우 단순한 사적 영역의 일이다. 그것이 권력기관 전체가 동원되는 막장 혈투처럼 변질되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스캔들 논란 말이다. 최고의 사정기관이라는 검찰의 총수가 이런 불륜드라마 삼류소설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유감이다.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빠르고 정확한 진실규명이 급해졌다.

우리는 술집 마담과 혼외정사와 그렇게 태어난 아이 등의 사생활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것은 개개인 스스로가 전면적인 책임을 지는 것일 뿐이다. 또 그런 사적 추문은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찰총장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하물며 검찰총장이 그 부하와 조직을 동원해 사적 문제를 방어하기로 했다면 이 문제는 이미 보호의 영역에 머물 수 있는 사적 추문이 아니다.

채동욱 총장은 스스로 이번 스캔들을 검찰 흔들기로 규정했다.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요인이 없지도 않은 상황이다. 우선 민주당이 40여일째 노숙가투를 벌이는 근거라는 것이 실상 검찰이 주도한 국정원 댓글수사라는 점, 청와대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검찰문제로 논란을 부른 끝에 전격 교체된 점, 국정원과 검찰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가 얽히고설킨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등은 그런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희대의 사건이 터졌는데 야당이 오히려 검찰총장을 끼고 도는 듯한 분위기라는 점도 실로 난해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 문제는 정공법으로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 전문가가 써주었다고 봐야 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임모 여인의 편지까지 공개됐다. 지극히 간단한 사안이 저질 막장 드라마가 항용 편수를 늘릴 때 쓰는 그런 수법처럼 더욱 복잡하게 얽혀든다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채 총장은 문제를 더는 복잡하게 끌고가지 말았으면 한다. 아이와 여인과 총장 가족들까지 드라마에 출연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굳이 과학적 방법을 외면할 이유도 없어졌다. 검찰총장이 온 국민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고 일반 잡범처럼 안줏거리로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검찰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