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간 화학결합은 인간 가족 간의 결합과 비슷하다. 이온결합은 자녀가 어릴 때 부모가 사랑이라는 전자를 내주며 양이온이 되고, 자녀는 사랑을 받는 음이온이 돼 강하게 결합해 살다가 성인이 되면 물이란 세상으로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공유결합은 마치 남자와 여자가 서로 평등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 모두 상대방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신뢰하라고 말한다.

《화학에서 영성을 만나다》는 평생 화학을 가르쳐온 교수가 화학의 흥미로운 현상과 원리 속에서 삶과 신앙의 의미를 일깨우는 책이다. 화학의 지식도 우리의 따뜻한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야만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금속의 녹은 본체를 부식시키지만, 때로는 자석처럼 들러붙어 금속을 보호하기도 한다. 노인들도 녹처럼 육체적으로는 쇠약하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면 이웃에 축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태석 신부의 순교자 같은 삶을 홀로 존재해도 완전한 비활성기체인 플라즈마의 산화현상에 비유한다. 필수원소를 가장한 독성원소를 통해 선을 가장한 악도 설명한다. 중성자의 성질을 통해 겸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가르친 것과 일치한다고 이야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