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세 시대' 준비 서두르자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세로 세계 17위다. 1990년에 72세였으니 매년 약 5개월씩 늘어나는 추세다. 산술적으로 보면 50년 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기대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게 된다.

현재 12.2%인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2026년이면 20% 이상이 된다. 2050년에는 국민 10명 중 4명이 노인일 것으로 예측된다. 100세 시대는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를 넘고, 60세 진입을 코앞에 둔 ‘베이비부머’ 중 14%만이 노후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는 부족하고 재원도 충분치 않다. 100세 시대는 자칫 노인 빈곤시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20대에 취직해 60세까지 일하고 20년의 여생을 즐기는 ‘80세 인생시계’로 살고 있다. 이제부터는 100세 시대에 맞는 시계로 바꿔 가야 한다. 60대에 제2의 직업을 갖는 인생 이모작 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한다. 은퇴한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제2의 성년기를 맞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빈곤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근로 형태의 고용으로는 안 된다.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55~79세 인구의 59%가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역경을 극복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특히, 연구현장에서 평생 쌓은 기술과 지식이 체화된 과학기술인들은 기업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창조경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실례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10년간 운영하고 있는 테크노닥터와 원로산업기술인(STL)클럽 사업이 있다. 연간 100명 이상의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중소기업에 채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80여명이 컨설팅에 참여한다. 이를 활용한 중소기업 중 40% 이상이 기술사업화, 연구역량 향상, 원가절감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8월 미래창조과학부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활용 확대에 본격 나섰다. 60세 이상 과학기술인이 6000명에 이르고 50세 이상 기업연구원이 1만5000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해, 과학기술계의 고령화에 대비한 100세 시대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석·박사급 연구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계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미래부로부터 위탁받아 산기협이 운영하는 지원센터는 퇴직한 대학교수, 기업 및 출연연구소 연구원들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대학, 공공기관 등과 네트워크 구축 및 지역별 거점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통로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산기협이 지원하고 있는 3만여개의 기업연구소와 연계해 다양한 일자리, 일거리를 발굴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또 정부예산으로 인건비나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과학기술인협동조합 결성을 지원해 과학기술인들 스스로 다양하고 번듯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아이디어를 수집,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 플랫폼’ 운영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추진하고, 개발도상국 기술개발원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수출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원센터의 활동은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 및 청년실업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고령화를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새로운 사회여건이고 우리에게 내린 축복이다.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센터’를 계기로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대 축복받은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용현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