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국 경제, 기본으로 돌아가라
서양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우리의 추석 명절은 원래 햇곡식과 과일을 풍성하게 내려 주신 하늘과 조상님들께 감사드리는 날이지만, 오늘날에는 서로 흩어져 살고 있는 일가친척들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성묘하는 날이 됐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이야기는 먹고사는 경제에 관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이 드신 어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식들 취업문제일 것이다. 대학도 마치고 스펙도 쌓았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좋은 직장이라는 재벌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채용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하니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목적이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게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르신네들의 또 다른 걱정은 결혼한 자식들이 집도 없이 전·월세난을 겪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질 때는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은행융자를 받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은 세상이지만 앞으로는 전셋값에다 융자금을 보태면 내 집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 곧 올 것이다. 직장만 확실하면 20~30년 장기분할 상환조건으로 집값의 90% 이상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선진국형 모기지 제도가 도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주가 보고 싶어도 결혼한 자식들이 아이 갖기를 꺼리는 것이 오늘날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출산휴가도 더 쉽게 낼 수 있고, 육아수당도 받는 세상이 될 것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면 정부 지원을 받고, 무상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연장될 것이다.

노인들 입장에서는 자식들 걱정 못지않게 자신들의 노후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와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교통비 잡비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집이나 농토가 있는 분들은 이것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제도도 확대될 것이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무상의료보호제도 기초노령연금 등이 계속 지원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정부가 할 일이 더 많아지고, 그 비용은 현재 일하고 있는 경제활동인구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세금부담 보험료부담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웬만큼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자신의 노후를 위한 저축 여력이 없는 것을 걱정한다. 해결 방법은 정년을 더 연장해 65세까지는 일할 수 있게 한다거나, 임금 수준을 좀 낮추고 근로시간을 줄여서라도 수입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후진국일 때는 선진국만 되면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금융부실, 재정적자 같은 문제들은 선진국들도 우리와 큰 차이 없는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한국이 앞으로 선진국들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당당하게 앞서 나아갈 수 있는 비결은 없는 것일까?

국민, 기업, 정부가 기본에 충실하면 모든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낭비하지 않고 저축하면 가계부채 대신 자산을 축적하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노사가 화합해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면 넓고 넓은 세계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업을 얼마든지 키워 갈 수 있다. 정부는 부정부패 없이 공정하게 법과 제도를 관리하고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 국민 경제 발전에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를 보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때문에 국가재정이 빚더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 일본 남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부패하고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영기업과 금융회사 부실이 커져도 노사갈등이 두려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신흥국들이 있고, 일을 적게 하고 보수는 높이, 그리고 소비는 늘리려는 국민들이 많아서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한국은 이런 지구촌 경제 위기 속에서 우뚝 솟는 모범국이 돼야 할 것이다.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 대표·前 재경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