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재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원료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 유산균 음료인 요구르트 가격(플라스틱병 기준)은 지난 10일부터 37엔에서 42엔으로 5엔(13.5%) 인상됐다. 요구르트 값이 오른 것은 1991년 이후 22년 만이다.

엔저(低)의 영향으로 탈지분유와 합성수지 등 요구르트에 들어가는 수입 원료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인이다. 오는 11월쯤 가격을 추가 인상하는 계획도 잡혀 있다. 요구르트를 매일 마시는 300만명의 일본인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저가 공세로 재미를 보던 일본 맥도날드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 상품인 치즈버거 가격을 이달 들어 120엔에서 150엔으로 25% 올렸다. 지난 5월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의 일본 판매가격을 1만6000엔 인상했다. 높은 가격대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저항을 피해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최대 덮밥 체인인 요시노야는 지난 12일부터 480엔짜리 돼지고기 덮밥을 내놓았다. 요시노야가 지금까지 선보인 기본 메뉴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이다.

가계살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 가격도 줄곧 오름세다. 이번 주 일본 전역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61.40엔으로, 전주보다 0.7엔 상승했다. 2008년 10월 이후 4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반 소비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년 4월 소비세율이 인상될 경우 생필품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며 “가계의 소득 상승보다 빨리 시작된 물가 인상으로 일본 내수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