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17~18일)를 앞두고 글로벌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조만간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채에서 주식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8월 한 달 미 국채에서 303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왔다고 한다. 1981년 집중적인 금리인상 시기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그 여파로 5월 초 연 1.6%대였던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최근 연 2.91%까지 올랐다. 반면 미국 증시는 8월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9월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역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후 외국인은 6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913.03에서 어제 1994.32로 4.2%나 올랐다. 선진국 채권시장을 빠져 나온 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장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다. 코스피는 과거 수차례 2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그때마다 뒤로 미끄러지기를 반복해왔다. 일부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이탈 움직임도 걸리는 대목이다.

낙관론도 있다. 블랙록자산운용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최고투자전략가는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수출 경쟁력도 높은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다르다”며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양적완화 종료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본격 시작됐다는 진단도 내린다. 양적완화가 끝나가는 데다 미국과 유럽, 일본, 그리고 중국 경기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식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종료를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잘하면 증시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 출구 전략의 속도다. 한국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