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정치 쟁점으로 번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장 채 총장 사퇴와 관련, 오는 16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성명서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황 장관의 감찰 지시는 채 총장을 제거하려는 권력의 음모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사위를 소집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모처럼 검찰 독립이 뿌리내리려는 시점에 검찰총장을 흔들어 옷을 벗기는 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길들이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채 총장의 사퇴에 유감 입장을 밝혔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아직 (혼외 아들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런 소문에 휩쓸려서 고위 공직자가 사퇴하게 된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채 총장의 퇴진이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채 총장 개인과 한 신문의 다툼이라고 해도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졌다”며 “검찰총장은 공직자도 그냥 공직자가 아니라 사정기관의 총수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찰 착수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독자 판단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혼자 결정한 것이겠느냐”고 반문,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던 지난 6일 이 사건 보도 직후부터 채 총장이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터져나온 이 사건은 실제 청와대 관련 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상세히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 이어 이번 사건이 진위를 떠나 여성과 관련한 ‘추문’이라는 점도 청와대를 불편하게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