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으로 가장 유력했던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후보 지명을 자진 포기하면서 누가 새로운 후보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벤 버냉키 의장 후임자는 네 명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나는 Fed 의장 후보 경쟁에서 약자”라고 자조했던 것으로 알려진 재닛 옐런 Fed 부의장(67)은 서머스가 빠지면서 다시 한번 Fed 의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옐런은 1997년부터 2년간 클린턴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를 거쳐 2010년 Fed 부의장에 임명됐다. 옐런이 의장에 오르면 Fed 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된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측에서 옐런의 능력은 높이 사지만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은 옐런의 전임자인 도널드 콘 전 Fed 부의장(70)이다. 40년간 Fed에 몸담았던 콘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오른팔이었으며, 2006년부터 4년간 Fed 부의장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옐런과 함께 Fed 의장 후보로 생각 중이라고 거론했던 인물로 워싱턴 정가와 Fed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1기 재무장관이던 티머시 가이트너(52)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하지만 가이트너는 여전히 Fed 의장직을 맡을 의사가 전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로 1999~2006년 Fed 부의장을 지낸 로저 퍼거슨 교원공제회의 회장도 물망에 올랐다. 만일 퍼거슨이 지명되면 Fed 사상 첫 흑인 의장이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아닌 예상 밖의 인물이 Fed 의장에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평론 온라인매체 브레이킹뷰스는 지난 12일 “아무도 예측 못한 ‘다크호스’가 등장할 수도 있으며, 버냉키 의장의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서머스를 중도 낙마시킨 정치권과 학계가 옐런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오바마를 짜증나게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6일 “버냉키 의장의 스승인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69)가 숨겨진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피셔는 세계은행 부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냈고, 거느리고 있는 제자 리스트 또한 막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